새누리당 ‘최저임금 인상’ 입장 변화, 왜?…야당, 의심의 눈초리
2015-03-09 05:30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가계소득 악화와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에 따른 복안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보수정권에선 유례없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입장을 보임에 다라, 내년도 최저임금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미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앞세워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해온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환영' 입장이어서, 향후 정치권의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논의과정에서 이 같은 정치권의 입김이 실제 얼마나 적용될 지 여부다. 최저임금은 노사정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실질적인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를 의식한 듯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당정간 소통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 방식 역시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처음으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도 (최저임금) 결정과정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그대로 하되, 당정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도록 이야기를 했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은 물론이고 여야 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적극적인 인상 입장을 표명한 것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이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난달 물가가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마이너스로 전환돼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내수 부양을 위해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결국 당정의 '최저임금 인상'이란 태도 변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당 입장에선 올해 가시적인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야당보다 훨씬 불리할 것이라는 정치적 고려를 의식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새누리당이 겉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 나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향후 논의과정에서는 소극적으로 임해 변죽만 울릴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즉, 20대 총선을 1년여 앞둔 ‘이벤트성' 포퓰리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국회 환노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이인영 의원은 “최 부총리와 유 원내대표의 의지가 내년 총선을 앞둔 생색내기, 제2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며 “미국 오바마 정부처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경제선순환구조를 만들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의 전환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최 부총리와 새누리당이 향후 최저임금 인상 적극 나선다 해도 야당과 노동계가 원하는 정도의 대폭적인 인상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월 209시간 기준)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116만6220원이다. 지난해와 같은 7%대로 인상이 될 경우, 6000원 안팎 수준이 예상된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근로자 전체 평균 임금에 비해 40% 미만인 최저임금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며 최저임금법 개정(문재인 의원 대표발의)을 통해 이런 기준을 법에 못 박아야 한다며 ‘법정화’를 주장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산정과 관련,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담겨있을 뿐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앞서 유 원내대표가 밝힌 것처럼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할 부분이라고 선을 긋고 있어, 향후 최저임금법 개정을 두고도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 이미 사용자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 부총리가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려야 한다”고 발언한 다음 날인 5일 회원기업들에게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이내에서 조정하도록 권유하는 내용의 임금조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것과 함께 '최저임금 안정'도 요구했다. 사실상 정부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한 반대의 뜻을 보인 것이다. 정부 여당이 이를 의식할 경우, 향후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될 때 여야간, 노사정 간 갈등은 증폭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