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호 한 달, 일단은 합격점…...4·29 보선, 성패 달렸다

2015-03-09 00:01

2월 8일로 당 대표 취임 한 달을 맞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8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은 가운데, 현재까지는 당 내외 화합과 통합 행보는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경제정당'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생경제 해결을 위한 뚜렷한 묘책이 없다는 점은 과제로 지적된다.

문 대표는 지난달 8일 새정치연합의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당 운영과 관련해 '통합'과 '경제'를 기치로 내세웠다.

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취임 직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등 대외적으로 '통합의 아이콘'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다만 대내적으로 '탕평 인사'를 강조하면서도 친노계(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김경협 의원을 사무부총장에 앉혀 마찰음을 내기도 했다. 

문 대표는 또 취임 이후 '유능한 경제정당'을 핵심 모토로 내걸고 대안·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는 당 내외 통합과 화합에 주력하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문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며 대표 취임 이후 그간의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새정치연합 김현미 대표 비서실장은 8일 아주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에 대한 지지와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 당의 자력만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에 따른 반사효과 측면도 있다"면서 "매일 살얼음을 걷듯 긴장하면서 정치 통합과 민생경제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내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문 대표의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 취임과 동시에 지도부로 선출된 전병헌 최고위원은 "(문 대표와) 한 배를 탄 사람으로서 취임 한 달을 평가하기엔 성급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컨벤션 효과든 문 대표 행보의 결과든 당 지지율이 전당대회 전보다 상승하고 있으므로 나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자평했다.

전 최고위원은 그러면서도 "당내 분열과 갈등을 통합적으로 수습하는 게 제일 중요하고 민생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비전으로 무능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생산적인 견제를 잘 이뤄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취임 한 달을 맞은 문재인호(號)의 통합 행보에 일단 합격점을 줬다. 윤 센터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친노-비노 간 갈등을 일정 부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경제정책 면에서도 박근혜 현 정권과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고 소득주도 성장 등 대안을 제시하며, 과거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던 야당의 모습에서 벗어나면서 당의 존재감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실제 문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며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일 발표한 '국가과제 분야별 대선 주자 적합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문 대표는 32.3%로 1위를 차지했다. 문 대표 다음으로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 18.6%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다. 3, 4위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0.5%)와 박원순 서울시장(10.2%)이었다.

윤 센터장은 이에 대해 "야당 대표가 되면서 주목을 많이 받았고 전직 야권 대선후보였기 때문에 흩어져있던 야권 지지층들을 결집하기에 수월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대선주자로서 한쪽 이념에 치우친 모습에서 벗어났고 인준 표결을 통해 절차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 강경 지지층 외에도 좀 더 관심을 유도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호(號) 출범 한 달. 당 내외에서 일단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취임 이후 첫 선거인 4·29 보궐선거 성패가 대표로서 입지에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밝힌 '통합'과 '민생경제 살리기'를 밀고 나갈 추진 동력을 이번 보선 승리로 확보하지 않으면, 당내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지금은 당의 안정성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번 보선에서 패배한다면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비노 진영이나 호남을 기반으로 한 당내 반발 목소리가 더 강하게 분출될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광주 서구을의 결과가 중요하다"면서 "광주에서 패한다면 당의 원심력들, 불안정성들이 더 강화돼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