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된 익산시청사 땜질공사로 연명

2015-03-06 11:28
재원부족, 주민·정치권 이해 맞물려 원점에서 오락가락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건립된 지 40년이 지난 전북 익산시 청사 신축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들자니 버겁고, 그렇다고 땜질 보강공사로 연연하면서 궁색하기 그지없는 지금의 청사를 마냥 방치해 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1970년 건립된 현 익산시 청사는 45년이 경과면서 노후화 현상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이미 지난 2003년 건설방재기술원이 실시한 안전검사에서 붕괴위험이 있다는 ‘D’급 판정을 받았다. ’D‘급이란 건물 사용을 중단하고 즉시 보수하거나 신축을 해야 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후 잦은 임시방편 식 보수·보강 공사에 나서면서 현재는 안전진단 ‘C’급으로 다소 상향된 상태다. 보수·보강을 받지 않은 3·4층은 부분적으로 슬라브 처짐 현상이 발생하는 등 안전에 적신호를 켜고 있다. 시는 올해 또다시 4월~10월까지 보수·보강공사를 벌일 계획이다.

건립된지 45년이 경과된 익산시청사[자료사진]


익산시 청사 신축 문제는 1995년 민선시대 개막과 함께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다. 당시 이리시와 익산군 간 도·농 통합과 관련, 통합 조건 가운데 하나가 시청사 북부권 이전 신축이었다.

그러나 청사건립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충당이 어려운데다 무엇보다 건립 위치를 놓고 지역 간 첨예한 대립이 맞물려 한치도 진척을 보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단체장의 주민 눈치 보기와 지방의원 등 정치인들의 정치적 이해득실까지 가세해 청사 신축(이전) 문제는 매번 용두사미 식으로 원점에서만 오락가락 하고 있다.

‘D'급 판정을 받았을 당시 시는 우선 현 청사를 보수해 활용한다는 방침 아래 인근 건물을 매입할 계획이었으나 이마저 시의회 반대로 무산됐다. 심지어 인근 건물을 임대해 활용하자는 방안까지 제기됐다.

청사 신축에 대한 구체적인 작업이 실시된 것은 2006년 12월. 익산시는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하고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신청사 입지선정 작업을 벌였다.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은 익산지역 17개의 후보지 가운데 부지확보 및 교통접근성이 양호한 7개 지역(현 청사부지 포함)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 또한 예비후보 지역 주민과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려 오히려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민심만 사납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해 8월에는 익산시청 9개 부서를 함열로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시의원들이 무기명 투표까지 벌였으나 부결 처리됐다. 시민공감대 형성이 부족하고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는 게 반대 이유다.

민선6기 들어서 익산시청사 신축 문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듯한 분위기다. 현 박경철 시장이 지난해 6월 당선 직후 인수위에서 가장 먼저 ‘안전’을 강조하며 “세월호와 같은 안전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느냐”며 신청사 건립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청사건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청사건립기금 설치 및 운영조례’를 만들어 2015년부터 본격적인 청사 신축 기금 적립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13억원의 기금을 적립키로 하고 오는 2023년 말까지 기금적립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3일 행정자치부를 방문해 청사 증축을 위한 특별교부세를 신청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현 청사는 건립된 지 40년이 넘어 민원인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많고, 안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금 적립 상황에 따라 많은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신청사 건립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후화 된 시청사를 새로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익산 시민 대다수가 공감을 하고 있지만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익산시가 청사 건립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 지역간 갈등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