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헌법소원] ① 통과 이틀 만에 헌재行…변협 “언론자유·평등권 침해”
2015-03-06 00:30
아주경제 석유선·박성준 기자 =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이틀 만에 결국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전날 예고한 대로 5일 오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참여한 강신업 변협 공보이사는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하며 “김영란법은 5000년 역사 동안 계속돼 온 고질적 병폐, 부패를 끊는 의미있는 법으로 그 취지를 살려야 한다”면서도 “졸속 입법으로 처리한 나머지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위헌 요소를 없애 건강한 법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헌법소원심판 청구에는 △기타 공적 영역은 법 적용대상으로 보지 않으면서 ‘민간언론’을 법 적용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 △‘부정청탁’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부정청탁을 받은 배우자를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처벌하고 있다는 점 등 그간 입법과정에서 제기된 위헌 논란 쟁점 대다수가 포함됐다.
우선 변협은 헌법소원심판 청구 이유로 “규제 대상에 언론사(언론사의 대표자 및 그 임직원)를 포함시킨 김영란법 제2조가 헌법 제21조 언론의 자유와 헌법 제11조 1항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청구서에서 “이 법률로 인해 언론과 취재원의 통상적인 접촉이 제한되고 언론의 자기검열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이 법률이 과거의 경험에 비춰 공권력에 의한 언론 통제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한 직무수행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엄격한 법 적용이 요구되는 공직자의 범위에 그 성격이 전혀 다르며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할 언론을 포함시켜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공적 성격을 이유로 언론을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라면 금융·의료·법률 등 민간영역 역시 적용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협은 “부정청탁에 해당하는 행위와 부정청탁 예외규정을 열거한 김영란법 제5조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 어떤 행위가 부정청탁에 해당되는지 판단하기 어렵게 돼 있어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규정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배우자가 금품수수시 공직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하는 내용의 김영란법 제9조·제22조·제23조는 헌법 제19조에 따른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13조 1항에 따른 형벌의 자기책임 원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는 이에 대해 “형법에서도 친족간에는 범인은닉죄를 처벌하지 않는데 김영란법에는 배우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 처벌하는 경우는 형법체계를 어겼을 뿐 아니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라며 “나아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협은 다만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법에 공무원에 준하는 당연퇴직 사유 등이 있는 점을 고려해 청구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두고 “시행 전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지만, 변협 측은 “시행되기 전 법률에 대해서도 헌재가 심판을 내린 결정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헌법소원 심판 청구인으로는 강신업 공보이사를 비롯해 한국기자협회와 대한변협신문 전 편집인인 박형연씨가 이름을 올렸다. 대리인으로 강 이사와 채명성 법제이사가 이날 헌재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헌법소원은 공권력 행사로 기본권을 직접 침해당한 ‘당사자’만이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강 이사는 대한변협신문을 발행하는 언론사 임직원 자격으로 청구인이 됐다.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언론인은 언론구제법상 언론사로 규정된 회사의 대표자 및 그 임직원이다. 언론구제법상 언론사는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인터넷신문사업자 등이다. 변협은 대한변협신문을 발행하는 신문사업자이자 인터넷신문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사단법인이어서 청구 자격이 없지만, 상징적인 의미로 참여하게 됐다고 변협 측은 설명했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김영란법은 국회의 포퓰리즘 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위헌 요소를 제거해야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이른바 김영란법을 재석의원 247명 중 226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여부 등과 관계없이 같은 사람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을 경우 형사 처벌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안은 공포된 날부터 1년 6개월간 유예기간을 둬 내년 9월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법안 통과 하루 만에 법 적용 대상과 형평성 문제 등으로 위헌 논란이 제기돼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