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올려라” 최경환 부총리 압박 불구, 재계 임금동결하는 이유는?

2015-03-04 16:14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정부의 임금인상 요청에도 삼성그룹을 필두로 재계 전반에 걸쳐 임금 동결 또는 인상률 축소가 추진될 전망이다. 자칫 정부와 기업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보일수 있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최근 기업의 어려움이 막연한 것이 아닌, 정말 망할 수 있다는 절박감에 따른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수요정책포럼 강연에서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기업의 임금인상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노골적으로 기업에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흐름에 재계가 반대하는 것에 대한 유감의 뜻을 내비쳤다.

이날 최 부총리의 발언은 지난주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가 올해 임금을 동결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사실상 ‘최후의 통첩’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정부 방침을 따라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삼성그룹이 총대를 맨 모양새가 됐지만, 사실 재계의 임금동결·고용축소는 예정됐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초 자산상위 30대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5년 투자·경영환경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인 58.6%가 올해 중점 추진 경영전략으로 사업 구조조정 등 경영내실화(58.6%)를 진행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투자 축소 또는 연기, 비수익사업 정리 및 통합, 조직개편을 통한 슬림화,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희망퇴직, 사업장 생산성 향상 등 정부의 투자 확대와 고용창출 요구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방향으로 비용을 줄여 나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마른수건 짜기는 올 들어 한계에 달했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통상임금과 정년연장제 등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정리해고 등을 피하고, 현 상태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동결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삼성전자 이슈가 먼저 불거졌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이나 SK그룹, 포스코 그룹을 비롯한 다른 대기업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임금동결 등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고위 관계자도 “최 부총리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기업이 시장 경쟁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출할 수 있는 인건비 여력은 한정됐지만, 노조와 직원 등 사회에서 원하는 임금인상 기대치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기업은 부자인데 직원은 가난하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기업의 자금사정도 생각보다 좋지 못하다. 삼성전자도, 현대차도 호황기 때처럼 돈을 썼다가는 언제라도 망할 수 있다"며 "어느 한쪽에 희생을 강요하려는 것이 아닌 조직원 모두가 위기를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