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래소 상장지침 고쳐 IPO 추진단계서 액면분할 유도

2015-03-04 16:01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 한국거래소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단계부터 액면분할을 유도할 수 있도록 관련지침을 전면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액면분할로 주당 가격을 낮춰 증시거래를 살리려는 것으로, 이미 상장돼 있는 황제주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이런 드라이브에 동참하며 거래소에 힘을 실어줬다.

4일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심사지침을 2월 23일 전면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며 "거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장심사 초기부터 저액면가(500원 이하)로 분할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액면분할로 주당 가격이 낮아지면 일반 투자자가 쉽게 매수에 나설 수 있고, 거래 유동성이나 주가 변동성도 커진다"며 "약해진 투자유인을 강화하고, 시장 참여자를 늘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고친 상장심사지침을 보면 기업이 상장을 신청하기 전 주간사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거래소에 관련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증시 입성을 위해 첫발을 떼는 시기부터 거래소가 액면분할을 권유할 수 있는 근거를 명문화한 것이다.

거래소는 본격적인 상장심사 과정에서도 기업에 관련 자문이나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비재무적인 정성심사 기준에는 '충분한 거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적극적인 액면분할 권유가 가능해졌다.

거래소는 액면분할로 거래를 활성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꼽는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2014년 하반기 각각 액면가 500원, 100원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두 회사를 보면 상장 이후 하루 평균 거래량이 모두 수십만주에 이르고 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한 주가도 이날 기준 각각 285만원, 775만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주가가 172만원(액면가 5000원)인 롯데칠성은 같은 날 거래량이 2700주를 겨우 넘겼다.

거래소는 상장에 앞서 미리 액면분할을 실시하는 게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실제 상장한 뒤 액면분할을 하려면 거래정지 기간이 필요하고, 투자자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거래소는 액면분할로 초고가 우량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면 현물ㆍ선물시장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본다.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를 우리 증시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이 커진다는 얘기다.

장영은 거래소 상장제도팀장은 "바뀐 지침에 들어간 '유동성 확보' 문구는 액면분할 유도를 위한 근거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기업에 강제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