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현대차ㆍ두산 등 정관계 '센 분' 임원 모시기 촉각

2015-03-03 16:14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도 정ㆍ관계 및 법조계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한다.

3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올해 주주총회 소집결의 사외이사선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29명의 정ㆍ관계 및 법조계 출신자가 2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다.

공정거래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관료 출신 인사는 총 14명이고 법무부 및 대법원, 검찰청 등 법조계 출신은 총 9명, 청와대 등 정계 출신은 총 6명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정ㆍ관계 인사 영입에 나선 기업은 두산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및 금융감독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더불어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박병원 전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김대기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이 중 김대기 전 정책실장은 SK이노베이션의 새 사외이사 후보로, 박병원 전 회장은 포스코 사외이사 신임 후보로 올라 두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게 된다.

삼성은 삼성생명보험에서 윤용로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삼성중공업은 유재한 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및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고, 삼성카드는 박종문 전 대법관 재판연구관 및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영입한다.

현대차는 이동규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과 이병국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끌어들인다.

현대차의 다른 계열사 기아자동차 및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법조계 출신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과 김준규 전 대검찰청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밖에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김문수 전 국세청 국장과 손건익 전 보건복지부 실장, 정진영 전 인천지검 검사장 등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노연홍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이마트는 박재영 전 대통령 정무수석 비서관실 행정자치 비서관과 김성준 청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 등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대기업들이 정ㆍ관계 및 법조계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관행이 지배주주와 경영진 등을 감시 및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의 제 기능을 희석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외이사 제도의 본래 취지는 기업이 외부에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사를 영입해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폭넓은 조언과 전문지식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는 주로 정ㆍ관계 및 법조계 출신들이 '라인'을 이용해 입김을 불어넣는 역할, 오너 일가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에서 주의 깊게 봐야할 점은 공정위 출신을 데려왔을 때 그 기업이 공정위 관련 제재가 걸려 있는 지, 검찰 출신을 데려왔을 때 기업 관련 사건이 있는지 등"이라면서 "관련이 있는 경우 영입된 사외이사들은 로비스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기호 정의당 의원실에서 상호출자기업집단기업 상장사 247곳의 사외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법조계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기업집단으론 SK가 뽑혔다. SK의 최태원 회장은 자금횡령 혐의로 2년째 구속수감 중이다.

서기호 의원은 "사외이사 제도는 기업의 방만 경영과 독단적 결정을 외부인이 견제하자는 취지"라면서 "그런데 관료와 법조계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아 사외이사 제도가 기업의 로비와 법조계의 전관예우 창구로 이용되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