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간' 신연식 감독 "'개훔방', 독립영화 전용극장 재상영 중단해야"
2015-03-02 18:38
신 감독은 2일 배급사 루스이소니도스를 통해 "'조류인간'은 몇몇 극장에서 오전 10시와 오후 10시40분대에 배정받았다"며 "상업 영화인 '개훔방'이 비교적 좋은 시간대에 상영하는 걸 보고 좌절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개훔방'의 시나리오는 제가 쓴 것이기에 당황스러운 기분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제작사와 감독, 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 측에 ▶독립영화관에서 상업영화를 재개봉하는 것을 중단하고 ▶김성호 감독의 '개훔방' 시나리오 크레디트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신 감독은 "독립영화전용관은 영화의 다양성을 가치에 두고 만든 극장"이라며 "'조류인간' 같은 평범한 독립영화는 아트하우스에서 5개관을 배정받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개훔방'이 15개 이상의 극장을 배정받는 건 독립영화계에는 엄청난 폭력"이라며 "이는 고등학생이 대학생에게 폭행당했다고 억울해하면서 유치원 놀이터에 와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신 감독은 "'개훔방'의 시나리오는 4~5년 전에 내가 썼다. 제작사와 이견이 생겨 작업에서 빠졌고, 김 감독이 찾아와 내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고 싶다고 요청했다"면서 "완성된 시나리오는 처음에 내가 쓴 시나리오와 비슷하다. 하지만 김 감독이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인터뷰를 통해 원작에 없던 여러 설정이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얘기했다. 창작자로서 부끄러운 행위"라고 꼬집었다.
두 가지 사항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유와 관련해 신 감독은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면서 "한국영화계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진 악습을 짚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개훔방'은 개봉 후 대기업 배급사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지만, 영화계 내부에 부조리를 스스로 돌아보지 않고 대기업 배급사의 부조리만 지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 작가, 제작사를 모두 포함해 영화계 내부의 문제를 돌아보는 자성의 목소리와 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 감독은 "한국 독립영화의 현실이 척박하다"며 "독립예술영화관에서 특정 영화가 50개 이상의 극장을 점유하는 것은 다양성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