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정부, “영원히 잠들게 해달라” 10대 소녀 안락사 요청 거부

2015-02-27 17:46
안락사 엄격히 금지하는 국내법·가톨릭종교·보수적 사회분위기 등 의식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칠레 정부는 최근 유전 질환을 앓고 있는 10대 소녀가 대통령에게 안락사 요청을 했으나 “국내법상 허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브라질 뉴스포털 테하(Terra)에 따르면 대통령 대변인 알바로 엘리사데는 26일(현지시간) “소녀의 요청에 애잔한 감정을 갖지 않을 수 없으나 안락사는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부가 소녀의 가족과 접촉하고 있으며 치료는 물론 심리적인 지원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정은 안락사를 엄격히 금지한 국내법과 남미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가톨릭계가 낙태의 제한적 허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유전성 질환을 앓아온 발렌티나 마우레이라(14)는 같은 날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에게 “영원히 잠들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스스로 제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올려 국내외 눈길을 끌었다.

주로 백인에게 나타나는 ‘낭포성 섬유증’은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나타나는 질환이다. 기도와 기관지 폐쇄, 세균 번식에 따른 염증, 소화 불량 등을 유발하며 폐 손상과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발렌티나는 “이 병을 안고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고 지쳤다”며 “대통령에게 안락사 허용을 긴급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발렌티나의 남자 형제도 같은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의사 안드레스 카스티요는 지난달 30일 입원한 발렌티나가 호흡기 질환에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라면서 중환자실을 나온 현재 영양상태 회복에 집중하는 한편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