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조합장선거 후보 매수에 상대 미행까지…불·탑법 얼룩
2015-02-26 08:22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오는 3월 11일 실시되는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과열 혼탁 양상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리다 적발되는 사례는 물론 사전선거 운동과 불출마를 조건으로 상대 후보를 매수하는 사례들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26일 농협중앙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선 농협과 수협, 축협, 원협, 산림조합 등 1326명의 조합장을 뽑는다. 유권자인 조합원만 280여만명에 이른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치러진 조합장 선거는 금품·향응 등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사상 최초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리 하에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충남의 논산의 한 농협 조합장 입후보예정자는 지난해부터 5개월간 총 150여명의 조합원과 가족에게 1인당 20만원부터 100만원씩 총 6000여만원의 현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다.
전국농협노동조합은 최근 경북 김천의 한 농협 A조합장을 대구지검에 고발했다.
특히 상대 후보를 매수하기 위해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금품을 건네다가 적발된 사례도 여러 건이다.
전북의 한 현직 조합장은 입후보 예정자에게 불출마를 조건으로 1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이 가운데 2700만원을 미리 지급하고 나머지는 당선 후 지급키로 했다. 매수 혐의를 받고 있는 현 조합장과 주선자는 검찰에 기소됐다.
경남 고성에서는 축협 조합장 출마예정자가 현 조합장에게 출마포기를 대가로 현금 2억원에 매수하려다 검찰에 구속됐다.
웃지 못 할 불법 사례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남 여수에서는 한 조합장 예비후보 측 관계자들이 상대 후보를 미행하다 모텔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고의로 차를 들이받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를 낸 운전자는 조합장 선거에 나설 예정인 예비후보의 친척이며, 차량에는 후보의 동생도 함께 타고 있었다. 이들은 모텔 앞에서 기다리다 상대 후보가 여성과 함께 차를 타고 나오자 들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원들에게 은밀하게 지지를 호소하거나 유력한 출마 예상자를 깎아내리는 비방행위도 속출하고 있다.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광주 모 농협 조합장에 출마할 예정이니 지지를 당부한다'는 내용의 편지 2000여통을 보낸 출마 예정자를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도 출마가 예상되는 현직 조합장을 비방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조합원 1210명에게 보낸 혐의로 B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대구 달성군에서는 조합원들에게 5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린 사실을 알게 된 지인에게 '선거운동을 같이 하자'며 입막음 명목으로 500만원을 건넨 농협조합장 출마예정자 C씨가 검찰에 고발됐다.
C씨의 금품 살포를 신고한 제보자 조합원에게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 법정최고액인 1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기존 최대 1000만원에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되면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선거가 앞으로 보름여 남은 상황에서 이처럼 각종 불법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번 조합장선거가 얼마나 혼탁한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임기 4년의 조합장 선거가 이처럼 혼탁한 것은 당선만 되면 지역 권력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조합 규모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연봉이 1억 안팎에 이르고 연봉에 맞먹는 업무 추진비를 챙긴다. 연간 수억원의 사업 지원비 지출도 조합장 전결로 이뤄지는 등 지역에서 조합장의 권한은 가히 무소불위라고 할 만하다.
한편 후보등록을 마친 출마자들의 선거운동은 26일부터 투표 하루 전인 3월10일까지 가능하다. 선관위는 선거일까지를 불법선거운동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했다. 이 선거와 관련한 금품, 음식물 제공 등 불법선거운동을 발견하거나 인지한 경우 '국번 없이 1390'으로 신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