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사외이사 줄줄이 임기 끝… 관피아 논란 되풀이하나

2015-02-23 17:07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국내 주요 증권사 사외이사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줄줄이 임기를 마치는 가운데 '관피아' 논란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인력풀이 좁다는 이유로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연임시키려는 분위기가 짙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위 5대 증권사인 NH투자증권 및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에서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만 총 12명(공석 포함)에 이른다.

범위를 10대 업체까지 넓혀 봐도 마찬가지다.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는 대신증권이 5명, 하나대투증권 4명, 신한금융투자도 4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관심사는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바뀌느냐다. 금융당국이 2014년 내놓은 모범규준을 보면 증권사 사외이사 임기는 최초 선임 시 3년이고, 연임하더라도 5년을 넘길 수 없다.

이를 감안할 때 5년을 채우지 않은 사외이사 상당수가 임기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은 흡수합병한 NH농협증권에서 2014년 선임했던 김만기·이종구 사외이사 임기가 나란히 오는 3월 27일 끝난다.

김만기 이사가 SH공사 감사, 이종구 이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위원 출신이다. 이종구 이사는 현재 단국대 법대 부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재직기간을 감안하면 두 사외이사 모두 연임이 점쳐진다.

대우증권은 1월 말 중도사임한 조대환 사외이사 자리가 비어있고, 강정호·신호주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를 맞는다.

현재 이사회의장이자 감사위원장인 강정호 사외이사는 2012년 임기를 시작해 올해로 3년밖에 안 돼 연임 가능성이 있다. 강정호 사외이사는 코스닥증권시장 사장, 한국선물거래소 이사장을 지냈다.

신호주 씨는 사외이사로 일한 지 올해로 2년이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장 출신이라는 점이 연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되레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이나 회계, 재무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사외이사로 뽑도록 주문하고 있다.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대한 반감이 심해진 점도 발목을 잡는 요소다.

한국투자증권을 보면 사외이사 5명 가운데 조준희 씨를 뺀 4명이 3월 말로 임기가 만료된다. 이 가운데 중도사임한 양숭문 사외이사 자리와 5년을 모두 채운 연강흠 사외이사는 교체가 확실시된다.

삼성증권은 유영상 사외이사, 현대증권은 윤남근·박윌리엄 사외이사가 3월 말 임기를 마친다. 이 가운데 유영상 사외이사는 2013년 임기를 시작해 올해로 2년째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특허청 출신이라는 점에서 관피아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신영증권에서는 이종원 씨를 뺀 나머지 사외이사 3명과 김종철 상근감사 임기가 오는 5월 말 끝난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김종철 감사는 2009년부터 5년 넘게 일하고 있다.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원봉희 씨를 비롯한 사외이사 3명도 모두 5년을 채워 이번에 바뀌어야 한다.

대신증권은 사외이사 5명 가운데 이정훈·박찬욱 사외이사가 같은 이유로 교체 대상이다.

다만 임기 제한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은 감사는 연임 가능성이 높다. 1998년 선임돼 감사로만 19년째 일하고 있는 부국증권 권기현 감사가 대표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성을 다양화하는 시도는 좋으나 인력풀이 상당히 좁은 것이 현실"이라며 "부득이하게 연임하는 경우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