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다…조병돈 이천시장

2015-02-23 14:46

[사진=이천시 제공]


최근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 이 영화에는 인상 깊은 장면이 꽤 있다. 스크린에서 받는 감명이야 남녀노소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필자도 그 중 몇 개의 신(scene)을 잊을 수 없다.

주인공 덕수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역만리 탄광으로 떠나는 장면도 그 중 하나다. 거기다 가족의 부양을 위해 목숨 걸고 전쟁터로 향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런 그의 뒷모습은 처연하다 못해 결연하다. 아무리 픽션이지만,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겁다.

영화 속 시간표와 지금의 시간은 많이 다르다. 세월은 흘렀고, 시대는 변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직장 구하기가 힘든 것은 매 한가지 같다. 주인공 덕수가 탄광과 전쟁터로 달려간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가장으로서의 거역할 수 없는 책임감 내지 처절한 절박감이었을 것이다.

영화 속 그 시대에서 광부와 참전용사는 덕수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었을 것이다. 이제 이런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던 시대를 지났다. 직업은 다양해졌고, 일자리는 늘었다. 또, 사회는 발전했고,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땅의 많은 이들이 덕수의 심정으로 자신의 직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구직을 위해 몇 해 더 공부하는 것은 예사가 된지 오래란다. 또,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전부 이수하고도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구직자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아예 구직활동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각한 차원을 넘어 무서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젊은이들의 결혼 연령은 날로 치솟고 있다. 이는 출산율 저하로 직결된다.

출산율 둔화는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노동력 감소는 결국 국가 경쟁력 저하를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이런 사회 문제의 뿌리는 다양하다. 취업난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취업은 생계와 직결된다. 다른 사회 문제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그럼 작금의 취업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당연히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구인·직의 수요와 공급은 구직자와 기업이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선 개인의 노력과 열정이 중요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역할도 빼 놓을 수 없다. 신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당연히 기업이 잘 돌아가야 한다. 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어야 하며, 특히, 새로운 기업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토양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잘 돌아가고, 투자가 늘고, 새로운 공장이 많이 생길 때 민간부문의 고용지표는 절로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순환을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전향적인 자세가 꼭 필요하다. 특히 정부는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하여 지자체의 성장을 돕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이고 나아가 의무이다.

이천시는 강력한 수도권규제를 받고 있다. 기업은 떠나고, 공장은 제 때 증설을 못해 경쟁력은 날로 처지고 있다. 안타깝고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이천시에게 필요한 정부의 손길은 바로 수도권규제 완화다. 이유는 분명하다. 이천에는 수도권규제로 인하여 성장을 멈춘 많은 기업들이 있다. 규제가 풀릴 때 이천에 있는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고, 일자리는 늘 것이다.

일자리는 구직자에게 최고의 복지다. 요즘처럼 사회 복지에 대한 범위와 규모를 놓고 갑론을박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일자리를 더 늘릴 것이지를 놓고 머리를 맛 대고 치열하게 논박(論駁)해야 한다. 그게 사회 복지의 중·장기적 수준을 높이는 첫발이다.

정치적 논리를 갖고 수도권규제의 문제를 풀려면 해법은 요원하다. 이제 수도권 규제 혁파는 국가의 미래 생존과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해답을 찾을 수 있고, 좋은 합의점을 만들 수 있다.

따뜻한 봄이 멀지 않았다. 일자리를 찾는 모든 사람들이 하루빨리 취업에 성공하여 가족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런 소박한 꿈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 출발은 수도권규제 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