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주주 목소리 귀 기울였다" (종합)

2015-02-15 17:20
금융권 최초 주주 제안 사외이사 후보 선인
경쟁사 CEO도 영입… 리딩뱅크 탈환 의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이 25일 오후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김세구 기자 k39@aju]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KB금융지주가 금융권 최초로 주주들의 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를 뽑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주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한편 각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경쟁사의 전직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는 등 '리딩뱅크'를 다시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3일 최종 사외이사 후보로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등을 선정했다.

◆ 금융권 최초 주주 제안 통해 사외이사 후보 선정

특히 김유니스 교수, 이병남 원장, 박재하 부소장은 KB금융이 국내 금융권에서 최초로 실시한 '사외이사 예비후보 주주제안' 제도를 통해 선정됐다.

앞서 KB금융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모든 주주에게 사외이사 예비후보 제안권을 부여한 바 있다. 국내 금융사의 지분을 가진 글로벌 금융그룹 등에서 사외이사를 파견하는 일은 있었으나, 개인투자자를 비롯한 모든 주주들에게서 제안을 받아 사외이사를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인선 자문위원에 주주 대표를 참여시키는 등 주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회계, 법률, 재무, 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진용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연령, 출신 학교, 여성 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주주 제안으로 선정된 김유니스 교수는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상무, 한국씨티은행 부행장보, 하나금융 준법감시 담당 부사장 등을 맡아 여성으로서 금융권 최고위직까지 오른 대표적인 금융법 전문가이다.

이병남 원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미네소타대, 조지아주립대 등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귀국해 LG그룹 인사 담당 부사장,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자문위원, 중앙노동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맡은 인사 전문가이다.

박재하 부소장은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청와대 경제개혁기획단 종합반장, 재정경제부 장관 자문관 등을 역임하고 2011년부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국제·거시금융 분야 전문가이다.

◆ 경쟁사 CEO 영입… '리딩뱅크' 탈환 의지

뿐만 아니라 KB금융은 경쟁사의 전직 최고경영자(CEO)인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금융권에서 유례가 없는 일로 '리딩뱅크'를 탈환하려는 KB금융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풀이다.

최 전 사장은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가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 사무관으로 재직했다. 이후 1982년 신한은행이 세워질 당시 관료를 그만두고 나와 합류한 신한의 '창립 멤버'다.

이후 국제부장, 뉴욕지점장, 종합기획부장 등 거쳐 1999년 신한은행 부행장, 2001년 신한금융 부사장을 역임했다. 2003년에는 신한금융 사장을 맡아 라응찬 회장에 이어 그룹의 2인자 자리에 올랐다.

김유니스 교수 역시 하나금융 출신으로 2008년 하나금융이 국내 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신설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담당 부사장을 맡아 2010년까지 재직한 경험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수적인 국내 은행권 문화에서 최대 경쟁업체의 CEO와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은 일종의 파격"이라며 "KB의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윤 회장이 얼마나 절치부심하는지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한편, 최운열 서강대 교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한국금융학회장, 한국증권학회장, 서강대 경영대학원장, 대통령 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이다.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