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국내 최초 중국예능 '딩거룽둥창'이 만들어지기까지
2015-03-24 17:06
코엔미디어 안인배 대표이사
코엔미디어의 첫 중국 프로그램 제작은 우연히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한중협력센터(KCCC)라는 재단을 통해 ‘아이디어쉐어’라는 중국 기획사에서 코엔을 찾아온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엔은 중국 프로그램 제작에 대해 방어적 자세로 시장 정보를 수집하는 정도였다. 중국 기획사 아이디어쉐어가 코엔을 찾은 이유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회사로 추천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행운이라기보다는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 제작과 기획 및 부대사업에 앞선 투자와 노력의 결과라 볼 수 있다.
해당 기획사로부터 한중 문화교류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면서 받은 예능 기획안 ‘딩거룽둥창’은 중국답게 빨간색으로 가득했다. 한중 스타 12명이 5개 지역으로 나뉘어서 중국 전통 희극을 배우고 북경의 대극장에서 최종경연을 벌인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기획사의 의지는 강했고 진정성도 보였다. 조심스럽게 여러 가지를 타진한 후 공동제작을 결정하고 시작했지만 모든 것은 모험처럼 진행됐다. 처음 하는 중국 프로그램 제작으로서는 매우 큰 규모였기에 일반적 프로그램 제작에 베테랑인 코엔으로서도 규모의 폭력(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앞에서 속절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제작 스케줄을 감안해 출연 인원은 12명에서 10명으로 조금 줄이고, 5개 중국 전통희극 발원지역은 세 개(북경·승주·중경)로 축소시켜 구성의 밀도를 높였다. 그럼에도 10명의 한중 스타 스케줄은 복잡한 미로처럼 그 출구를 찾기 난해했고 한국 스타들의 중국 프로그램에 대한 의구심 또한 만만치 않은 장애요소가 됐다.
여기서부터가 규모의 폭력이라는 것이다. 150명 이상의 PD, 작가, 촬영 스태프의 사전 답사 및 촬영을 위한 비행, 비자, 숙식은 항목상 간단한 것들이지만 대량이기에 항상 문제가 됐다. 늦어지고 누락되고 잘못 전달되는 등 중국 측에서 열심히 준비해 주어도 문제가 생겼고 연출을 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만드는 데 80% 이상의 시간과 에너지가 쓰였다.
하지만 코엔은 그동안 쌓은 대규모 예능 프로그램 노하우를 발휘해 40명의 PD, 작가가 복잡한 구성의 틀을 세웠고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세밀한 것들을 준비하고 체크했다. 지난해 10월 28일 첫 촬영이 시작된 후에는 최초의 한중 합작 예능프로그램이기에 할 수 없이 겪어야 하는 문제로 하루하루 시달렸지만 한중 스타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잘해 줬다. 마침내 같은해 11월 18일 최종 경연무대를 한중 스태프 300명 모두의 눈물 속에서 감격스럽게 마쳤다.
10장의 무협소설 같았던 기획안은 10편의 ‘딩거룽둥창’으로 탄생했다. 지난 1일 오후 9시 CCTV3를 통해 본 방송이 전파를 탔고 CCTV4 CCTV5, CCTV11, CCTV15까지 무려 5개 채널에 방송될 예정이다.
제작을 마치고 느낀 점은 문제의 증상은 복잡하지만 치료법은 의외로 간단하다는 것이다. 한중의 문화 차이와 예능 프로그램 제작 경험치의 차이 때문에 오는 문제는 시간을 충분히 두고 준비하는 것이 정답이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사전제작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어서 시간을 가지고 많은 회의와 협의를 거치면 제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 연출 본연의 과정에 더 힘을 쏟을 수 있다.
중국은 정말 넓은 대륙이다. 답사 때 바로 옆이라 해서 가보면 기본 3시간이 걸린다. ‘만만디’인 이유가 있다. 프로그램 제작 과정 속에서 설명도 여러 번 해야 한다. 인내심이 기본이다. 하지만 중국이 가진 저력과 문화 자산, 인적 자원은 놀랍고 엄청나다. 그런 그들이 지금 우리 문화콘텐츠와 재능에 열광하고 있다. 우리가 뛰어들어 협력해야 할 1등 시장임이 확실하다.
바닷물을 막던 댐둑이 터진 것처럼 중국의 많은 업체에서 코엔과 협력관계를 맺으려 한다. 코엔은 단 한 번의 익스트림한 경험으로 자신감도 얻었지만 더욱 조심스러워지기도 했다. 이제부터는 처음이 아니기에 진짜 잘해야 한다. ‘처음이라서’라는 변명은 더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