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대전 시티즌의 ‘고참과 막내’ 윤원일-서명원의 유쾌한 수다

2015-02-13 05:28

윤원일-서명원[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윤원일(29)과 서명원(20)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대전시티즌의 신구 에이스다.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축구 최고의 무대에 승격했을 때 고참과 막내로 큰 역할을 했다. 둘은 각각 후방과 전방을 책임지며 대전발 돌풍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작년의 영광은 잊은 지 오래다. 불과 3개월 전 일군 짜릿한 기억이지만 어제 내린 눈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냉혹한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안주’와 ‘만족’이 가장 큰 적이다.

9일 대전 선수단의 일본 가고시마 동계훈련캠프에서 만난 윤원일은 “예상보다 빨리 승격에 성공했지만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다. 혹독한 전쟁은 올해”라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생전 처음 K리그 최고의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서명원 역시 “좀처럼 (승격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는데, 훈련을 하면서 서서히 피부로 와 닿고 있다. 선배들의 눈빛부터 달라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2008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에 데뷔한 윤원일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4년 간 제주에서 뛰는 동안 15경기에 출전했을 뿐이다. 한 해 평균 4경기도 채 안 된다. 철저한 백업 신분에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그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건 대전에 안착한 2013년부터였다. 20경기에서 1골을 넣는 등 확실히 입지를 굳혔다.

운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대전 생활 1년 만에 강등의 아픔을 겪었다. 그래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옛 말은 괜한 게 아니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동료, 후배들을 이끌며 생애 첫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대전 조진호 감독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에게 주장을 맡겼다. 윤원일은 “긴장과 설렘, 기대가 공존한다. 개인 역량은 타 팀과 비교해 백지 한 장에 불과할지 몰라도 11명, 팀으로 봤을 때 격차가 상당할 수 있다. 더욱이 클래식과 챌린지 수준차도 있다. 우린 어디까지나 약자다. 작년과 비교해 어떤 변화를 줘야할지, 어떻게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가장 믿고 따르는 윤원일과 한 방을 쓰고 있는 서명원은 아마추어 최고 선수를 인증하는 ‘차범근 축구대상’을 받았고, 포츠머스(잉글랜드) 유스팀에서 활약한 이력을 가졌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실력은 이미 검증된 예비 스타다. 작년 26경기에서 4골 5도움을 올리며 아드리아노와 원투 펀치를 이뤘다. 그의 비기는 자신감. “경기를 치를수록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 매 경기 뭔가 배우고, 느낀다는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 하겠다”고 했다.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둘의 목표는 분명하다. 생존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윤원일은 “상위스플릿(6위 이상)도, 7~8위권도 좋다. 그러나 플레이오프(PO)를 치르더라도 클래식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상과제가 있다. 승점 1과 승점 3의 간절함을 잘 알고 있다. 목숨을 건 ‘운명의 경기’ ‘인생의 경기’를 펼치겠다”고 했고, 서명원은 “대전은 내가 프로 선수로서 시발점이 됐다. 공격 포인트 10개를 목표했는데 모두 골로 채우고 싶다. 아마 내가 10골을 넣으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