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아킬레스건 된 '증세없는 복지'..."지금이라도 오류 인정해야"

2015-02-10 00:01
여야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 한목소리...시민단체 "대선공약 오류 인정하고 국민들 이해 구해야"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야심차게 선언한 '증세없는 복지' 공약이 정치권 안팎으로 난타당하고 있다.

당장 정부와 여당의 협상자로 돌아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 대표는 9일 "증세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면서 "꼼수에 맞서 서민 지갑을 지키고, 복지 줄이기를 반드시 막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文, "복지 늘리고 법인세 정상화"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복지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까지 늘려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어서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등 부자감세 철회를 뚫고 나갈 것"이라며 "공정한 조세 체계를 다시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 인상은 없다"고 수차례 밝힌데 대해 정식으로 반론을 제기한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정부와 여당에 중립적이었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2일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혼선과 관련해 "정부 정책이 이렇게 갈팡질팡, 우왕좌왕, 지리멸렬,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것은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는 비현실적 정책기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증세없는 복지론" 고수

지난 대선때 문 대표와 각을 세웠던 박근혜 대통령도 같은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며 복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돼온 '증세복지론'에 쐐기를 박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과연 국민에게 부담을 더 드리기 전에 우리가 할 도리를 다 했느냐, 이것을 우리는 항상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된다면 그것이 우리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 그것이 항상 제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문 대표와 같은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며 복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돼온 '증세복지론'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사진=청와대]


특히 박 대통령은 "정부와 국회 여야 모두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한 것은 경제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문제와, 그것으로 인해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않고 우리가 경제도 살리고 정치도 더 잘해보자 하는 그런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데 이를 외면한다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언급은 핵심 대선공약인 '증세없는 복지'의 철회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여야 "어떻게 증세 없이 복지가 가능한가"

그러나 '증세없는 복지'를 놓고는 야권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의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조차 "증세없는 복지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2일 증세 문제와 관련해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공통으로 인식하는 것은 현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라고 한 기조는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담뱃세가 오르고 소득·세액공제 전환 세법 개정안을 모두 증세가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에 빠지므로 그 기조는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안에서도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어린이집을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모습. [사진=아주경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다음날 화답했다. 그는 정부의 복지 정책 기조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유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증세복지론자들은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 등에서 보듯 이른바 '꼼수증세'와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의 감면과 축소 등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복지재원의 충당이 어려워졌다며 '증세없는 복지'의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대해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조세전문가가 아니니 대선 공약을 잘못 밝힐 수 도 있다" 면서 "잘못된 정책으로 판명났으면 국민들에게 빨리 사과하고 동의를 구한 뒤 수정하면 된다" 고 설명했다.

그는 "국세청도 정확하게 파악 못하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서 세금을 걷겠다는 발상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들의 월급은 그대로인데 연말정산때 세금을 더 가져가면서 증세가 아니라고 우기면 어느 국민들이 그것을 믿겠나"고 반문했다. 이어서 "대통령의 참모나 장관들이 직언을 해야 하는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게 문제의 발단"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