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2·8 전대] 문재인, 2년2개월 만에 정치 전면 등장…정국 ‘朴 대 文’ 구도

2015-02-08 18:48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오륜동 서울올림픽공원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당선된 문재인 후보가 박지원 후보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변은 없었다. 민심(民心)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 대표 후보가 ‘포스트 문희상’ 체제의 주인공이 됐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석패 이후 2년2개월 만에 친노(親盧·친노무현)그룹의 좌장이 정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전국대의원대회(전대)를 열고 당 대표 경선을 실시한 결과, 문 후보가 새 대표로 최종 선출됐다고 밝혔다.

막판 당심(黨心)을 업고 맹추격전을 펼친 박지원 후보와 세대교체론의 선봉장인 이인영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당심이 민심을 뛰어넘지는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는 ‘박근혜(대통령) 대 문재인’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하지만 문 후보가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하면서 사실상 ‘상처뿐인 영광’에 그침에 따라 문재인호(號)의 항로는 불투명해졌다. 지리멸렬한 제1야당의 혁신 작업은 물론 절반이 넘은 비노(非盧·비노무현)그룹의 포용 등 난제가 산적, 문 후보는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문 신임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우리 당의 변화가 시작됐다. 총선승리의 깃발이 올랐다”며 “변화를 선택해주신 동지들의 그 무거운 명령을 수행하겠다. 이 순간부터 우리당은 무기력과 분열을 버리고 변화의 힘으로, 단합의 힘으로 위대한 진군을 시작하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에 경고한다. 민주주의, 서민경제, 계속 파탄 낸다면,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며 “동지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동지들과 함께 서민경제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민심의 선택은 문재인號, 사실상 마지막 기회

‘문재인 체제’의 등장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문 대표가 범야권 내 ‘미래권력’에 가장 근접한 데다 경쟁자인 ‘박지원·이인영’ 후보가 대중적 지지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서다. 실제 두 후보는 이날 일반 국민 등의 여론조사에서 미미한 득표율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는 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 당 대표 출범에 별다른 반을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채제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사진=청와대]


애초 2·8 전대가 ‘영남(문재인) 대 호남(박지원)’, ‘노무현 정부(문재인) 대 김대중 정부(박지원)’ 등의 구도를 형성했으나, 문 대표가 18대 대선 당시 1469만2632표(48%)를 얻은 저력을 바탕으로 구민주계의 거센 도전을 뿌리쳤다는 얘기다.

특히 전대 막판 당 내부에서 “박지원 체제보다는 문재인 체제에서 20대 총선을 치르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말이 파다하게 퍼진 이유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민심을 업은 문 대표가 제1야당의 리더가 됨에 다라 범야권 내 권력 추는 친노진영으로 쏠릴 전망이다.

문제는 문재인호의 순항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2·8 전대에서 친노에 대한 비토 심리뿐 아니라 호남의 약한 고리를 가진 제1야당의 대표가 출현했다는 뼈아픈 사실을 재확인했다.

당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전대 결과와 관련, “핵심은 당 60년 사상 처음으로 호남 지지가 약한 후보가 당 대표에 오른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압도적 민심을 바탕으로 제1야당의 최대 주주가 당 전면에 등판했지만, 2012년 총·대선 패배의 결정적 원인인 ‘친노 프레임’에 묶일 경우 사실상 혁신 작업은커녕 2016년 의회권력과 2017년 정권교체 실패의 ‘원흉’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표 스스로 이번 전대를 ‘독배’라고 표현한 이유다.

◆文, 첫 시험대는 ‘당직인선’…4월 보선·야권재편도 과제

이에 따라 문 대표의 첫 번째 시험대는 ‘당직 인선’이 될 전망이다.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은 대표 출범 이후 2주 내 결정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당 대표 후보. 당심을 업고 막판 역전을 노린 박 후보는 문재인 당 대표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18대 대선 당시 친노 2선 후퇴에 실패한 문 대표가 또다시 20대 총선권을 쥔 사무총장 인선에 측근 인사를 기용한다면, 계파 분열이 극에 달하면서 야권 분열의 ‘원심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정치연합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에 합류하면서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체제의 당직 인선은 범야권 권력 재편의 방향타인 셈이다.

반대로 문 대표가 비노 중심의 대탕평책인 ‘용광로 인선’을 단행할 경우 일단 통합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이제부터는 우리 당에 친노도 비노도 없다”며 계파 패권주의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문재인호의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돌출변수로 등장한 4·29 보궐선거(서울 관악을·성남 중원·광주 서구을)에서 2석 이상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비노진영을 중심으로 ‘친노 흔들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4월 보선 패배로 친노의 아킬레스건인 ‘표 확장성’에 대한 의구심에 마침표를 찍는다면,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극에 달할 수 있다.

‘문재인으로는 안 된다’는 정서가 확산될 경우 친노그룹은 야권발 정계개편의 주도권은 물론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로 재편된 정국의 주도권을 급속히 잃고 변방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재인호의 운명은 올 4월 말이면 결정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문재인호의 순항 여부와 관련, “4월 보선에서 (정동영) 신당 여부의 출현 여부”라며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의 모습이 구체화될 경우 야권 분열로 새정치연합의 험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오륜동 서울올림픽공원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당선된 문재인 후보가 박지원 후보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