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新경협시대] 기술력 지키려다 세계 최대 시장 놓친다…큰 그림 봐야
2015-02-06 06:41
정부 정책, 구체적이고 속도감있는 추진 필요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삼성이 소니를 따라잡았듯이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따라잡지 말라는 법은 없다"
중국의 기술성장을 간과할 수 없다는 단적인 표현이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한국이 언제까지나 중국보다 기술력이 앞서갈 수 있는 부분은 없다"라며 "중국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장을 바탕으로 개방한다면 어떻게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각의 차이로 중국이 우리를 따라와서 한국 산업이 죽는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중국시장이 우리 쪽에 더 열린다고 볼 수도 있다"라며 "아직까지는 한국이 기술력에서는 중국보다 앞서 있고 기술보다 거대한 중국시장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시장진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술력이라는 게 의도적으로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우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를 통해 기술력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중국한테 '안 뺏길 거야'라고 쥐고 있다가 세계 최대시장을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기술보다 시장이 산업을 이끄는 단계에 왔기 때문에 기술과 시장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중국과의 상생을 위해 기술협력을 추진해 그걸 대가로 중국시장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상의 시나리오는 앞선 기술력으로 진출한 중국시장에서 얻은 이득으로 기술투자를 이루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큰 그림을 봐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우리나라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들어가는 데 사실은 실패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며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도 시스템을 갖춰서 들어갔음에도 위협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따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중간에 같이 협력하는 방법, 즉 기술교류라든지, 중국 자본의 유치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이제는 추상적인 대책에서 구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연구원은 "중국은 상대하기가 쉬운 나라가 아닌데도 정부 정책이 아직까지는 추상적인 부분에 머물러 있다"라며 "세분화되서 산업, 환경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책이 나와 기업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중국을 압박해 다방면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연구위원은 "산업정책에 있어서는 막연하게 우리가 중국보다 앞서있다는 생각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어디가 부족하고 어디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파악한 후에 정책이 나와야 한다. 추상적으로 중소기업이나 유망기업 들을 육성한다는 식의 정책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을 수출 생산기지로 생각하기보다는 소비시장을 겨냥한 정책을 다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중국의 과잉투자가 조정되는 가운데 가공무역 감소, 부품소재 및 중화학 제품의 자국 조달 비중 증가 등 산업 구조가 바뀌는 것은 우리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중국시장 공략의 포커스를 고부가가치 소비재 시장에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