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新경협시대] 중국과의 상생은 '필요'아닌 '필수'…중국 내수시장 잡아야

2015-02-06 06:41
기축통화 파운드→달러→위안화로 옮겨갈 것
역사 이래 한·중 경협 분위기는 최고조…식은 냄비 되면 안돼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찾으면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이후 불과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양국은 경제협력을 통한 동반자적 상생 관계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원·위안화 직거래 장터 개설이 지난해 이뤄졌고, 올해 초부터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바야흐로 한·중 신경협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계 경제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필요'해서 하는 것이 아닌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안유화 한국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 연구위원은 "중국은 이미 세계최대시장이 되어 있고 세계경제 판을 새로 짤 수 있는 국가"라며 "중국 내수시장을 우리시장으로 만들지 않고는 성장을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과의 상생은 필수라도 한국이 적절한 포지션을 잡지 못한다면 상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기업들의 가파른 성장과 더불어 조선, IT 등 일부 산업분야는 중국이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도 긴장하지 않으면 중국의 무서운 추격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비중이 굉장히 높은데 중국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우리는 정체된다면 중국경제 업황과 관계없이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 등에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커지는 중국경제 위상…기축통화, 파운드→달러→위안화로 옮겨갈 것

현재 세계경제는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올라오고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를 내세워 세계경제의 판과 세계 금융의 판을 새로 짜려는 모양새다.

안유화 연구위원은 "위안화 국제화의 금융판도가 새로 짜여질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 장기적 안목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세계화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과거 파운드에서 달러로 기축통화가 옮겨갈 때도 같은 시각이 존재했다"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달러가 기존의 세계금융을 다 가지고 있었다면 현재 위안화에 야금야금 내놓고 있다는 것이고 달러가 가격결정력의 힘을 잃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국가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4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경제규모가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하고 통화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산업과 무역의 형태가 다양해야 하며 자본시장이 개방돼야 한다.

실제로 중국은 마지막 항목을 제외하고는 이미 국제화 수준에 도달했다. 아직까지는 중국정부가 자본시장의 폐쇄성으로 기축통화로 가는 길이 험난해 보이지만 정책의 수정만으로도 이를 반전시켜 기축통화로의 가속화를 꾀할 수 있다.

안 연구위원은 "한국에 있는 위안화 금융시장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한국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역사 이래 최고의 경협 분위기…빠르게 식는 냄비되선 안돼

이미 한국경제는 금융은 물론 전체를 놓고봐도 중국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며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2년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수입액은 총 1조9631억달러, 이 가운데 한국 제품이 1903억달러(9.7%)로 일본(1627억달러·8.3%), 미국(1531억달러·7.8%), 대만(1523억달러·7.8%)을 큰 차이로 제쳤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FTA가 체결되고 원·위안화 직거래 장터 개설이 이뤄졌다. 또한 올해 초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는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까지 오간 상태다.

한재진 연구위원은 "정상끼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경제관계만 본다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던게 한·중 FTA를 통해 내실화 됐다고 할 수 있다"며 "실질적인 경제협력이 시작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유환 연구위원은 "역사 이래 (한중 경제협력이) 지금 처럼 좋은 기회는 없었고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면서도 "다만 언제까지 이 분위기가 갈 것인가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의 가장 큰 단점은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5년 단위로 대통령이 바뀌면서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경제정책이 변하게 된다"며 "모든 정책이 단기로 맞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한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까지 중국에 단기 대응이 이뤄졌다면 지금부터라도 20~3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정책을 통해 중국내 인적인프라 네트워크, 중국제도, 금융시스템 등 중국내 한국판을 짜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뜨겁게 끓었다가 빠르게 식는 냄비가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쟁력 높여 정공법으로 중국과의 상생 이뤄야

한국이 경쟁력 없이 중국과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것은 중국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과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윤종원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사는 현재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있는 형국이라 여간 잘 하지 않고서는 떨어져 뒤처지게 될 수 있다"며 "1인당 소득은 우리보다 낮지만 중국경제 전체의 위상은 이미 우리를 뛰어 넘었다"고 경고했다.

신승관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한류 등의 영향으로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소비재 가운데 주력 제품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식료품, 패션, 가방과 같은 소비재에서 고부가가치 제품과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중국의 13억 내수시장에 한발 다가섰지만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도 존재한다"며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중 FTA 타결을 적극 활용해 중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중국은 과거는 물론 미래에도 큰 시장"이라며 "이제는 중국을 생산공장보다는 시장이라는 개념에 더 초점을 맞춰 공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