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 ‘3부모 체외수정’ 허용법안 가결...'맞춤형 아이' 놓고 윤리 논란
2015-02-04 09:56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영국 의회가 '3부모(아빠1명, 엄마2명) 체외수정' 허용법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영국 하원은 3일(현지시간) 이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82표, 반대 128표로 통과시켰다.
3부모 체외수정법이란 여성 2명의 난자 핵과 세포질을 결합한 변형 난자를 체외 수정에 사용토록 허용하는 법이다. 3부모 체외수정은 미토콘드리아 DNA(mDNA) 결함을 지닌 여성의 난자로부터 핵만 빼내 다른 여성의 핵을 제거한 정상 난자에 주입함으로써 유전 질환의 대물림을 막는 방법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 법안은 상원 의결을 거쳐야 발효되지만 상원에서 하원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면서 이르면 내년 중 3부모를 둔 시험관 아기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유전질환 환자 가족과 일부 과학자들은 법안 통과를 환영했지만, 종교계와 생명윤리 운동단체들은 태아 유전체 조작의 길이 열려 ‘맞춤형 아이(designer baby)’가 양산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영국 의료재단 웰컴트러스트의 더그 턴벌 교수는 "3부모 체외수정 합법화로 고통을 받아온 부모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존 거던 박사 등 노벨상 수상자 5명을 비롯한 과학계 인사 40여명은 앞서 "3부모 체외수정' 선택권은 법이 아닌 부모에게 주어져야 한다"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명윤리 운동단체인 인간유전학경고운동(Human Genetics Alert) 협회의 데이비드 킹 박사는 "3부모 체외수정은 생명윤리의 금기선을 넘는 일"이라며 '맞춤형 아이'를 탄생시키려는 시도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가톨릭 교회와 영국 성공회도 이런 시술법은 안전하지도 윤리적이지도 않으며 배아세포를 파괴하고 변형하려는 시도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잉글랜드 성공회의 리 레이필드 스윈던 주교는 "3부모 체외수정 합법화로 인류의 유전자 변형 시도가 금기선을 넘어 통제 불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