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킹키부츠'로 돌아온 오만석, 24시간이 모자라
2015-02-04 11:00
오만석의 종횡무진을 단순한 '도전'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단어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찐빵에 앙꼬가 빠진 듯 뭔가 부족하다. 그가 쏟아내는 열정은 뜨거운 붉은 빛을 띄고, 그가 풍기는 밝은 기운은 주위 사람들까지도 에너제틱하게 변화시킨다.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그의 태도는 '열정'이라는 한 음절에 응축되지 않는다.
그와 이야기를 나눈 한시간 동안 나는 '힐링' 받았다. 누구보다 솔직했고, 자신의 신념에 당당했다. 작품을 보는 시각은 진지했으며,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느 가장 못지 않았다. 오만석의 유쾌한 성격과 진솔한 눈빛에 '힐링' 받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폐업위기의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아름다운 남자 롤라를 우연히 만나 특별한 신발인 킹키부츠를 만들어 틈새 시장을 개척해 회사를 다시 일으킨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오만석은 주인공 롤라 역을 맡았다. 동명 영화에서 치웨텔 에지오포가 연기한 여장남자 캐릭터다. 세상의 편견과 따가운 눈초리에 맞서 진정한 나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캐릭터.
오만석이 여장남자 캐릭터를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이었던 연극 '이'(爾) 초연에서 공길 역을 맡아 관객과 처음 만났던 그는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 파격적 도전을 감행했다. 공길과는 또 다른 여장남자 헤드윅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연기 인생에 굵은 획을 그었던 오만석. '킹키부츠'에서는 지금까지의 여장남자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역시, 오만석'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낸다.
안방극장과 뮤지컬 무대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배우 오만석.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과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아는 배우 오만석. 당당하고 솔직한 매력이 가장 큰 무기인 배우 오만석을 직접 만났다.
= 최근 '레베카'를 끝냈어요. 지방 공연이라서 '킹키부츠'랑 동시에 공연하기가 힘들었었는데 한결 수월해졌어요.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했다고나 할까요.
- 실제로 '킹키부츠' 공연을 보고 들었던 생각은 배우들이 뿜어내는 소리, 성량을 공연장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 맞아요. 처음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웠죠. 근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아마 또 보시면 또 다른 '킹키부츠'를 경험하실 수 있을 거에요. ㅋㅋㅋ.
- '헤드윅'에서의 캐릭터가 워낙 강렬했어요. 그래서 '킹키부츠'에서 롤라 역을 한다는 게 의아했죠. 또 여장남자를 할 줄은 몰랐거든요.
= 사실 그런 역할들이 워낙 강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에 제가 여장남자만 연기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사이에 여러가지 작품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하죠.
= 그리고 '헤드윅'과 '킹키부츠'는 캐릭터가 조금 달라요. 보여지는 비주얼을 다르게 하기는 쉽지 않지만 내적으로의 시작을 다르게 생각했어요. '헤드윅'에서 헤드윅은 실패한 트렌스젠더가 성을 바꾼 거라면 이번 작품에서는 말 그대로 '여.장.남.자'죠. 하하.
- 제가 볼 땐 그게 그거 같은데요. ㅋㅋㅋ.
- 어쨌든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를 또 한다는게 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일 것 같아요. 대부분의 배우들은 지금까지 하지 못한 역할, 장르를 하고 싶어 하니까요.
= '킹키부츠'가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좋았어요. 사실 '내가 이걸 소화할 수 있을까' 겁이 나기도 했지만, 작품이 주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강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작품, 활력소가 되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 매사에 열정적인 오만석 씨를 보면서 저도 자극을 받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열심히 하면 금새 지치기 마련인데요.
= 하하하. 그쵸. 저도 제가 신기해요. 근데요. 작품을 하면 할수록 힘이 나요. 그리고 연출과 작가 등 제작진과의 의견이 잘 맞으면 덩달이 신나죠. 저는 모든 작품이 제 작품이라는 생각이거든요. 그래서 의견도 많이 내는 편이고요. 최근에는 제작진이 의견을 많이 반영해주려고 하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
- 가족들에게도 이렇게 열정적인가요?
= 당연하죠. 제 딸이 이제 중학생이 되요. 올 겨울방학에 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딸도 너무 신나있고요. 저도 너무 좋아요. 평소에 잘 해주지 못하는데도 잘 따라주니까 저도 고맙고요.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려고 고민 또 고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