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만 터지면 기관 신설...우후죽순 통합기관에 '우려'

2015-02-02 16:10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현안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관련 통합기관을 우후죽순으로 신설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라면 새로 설립해야겠지만 유사한 기능이라면 기존 기관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지휘 하에 있는 기관을 새로 설립하는 것은 자칫 또다른 형태의 보신주의로 평가될 소지도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 금융보안원, 신용정보집중기관이 연내 신설될 예정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금융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기관으로, 올 하반기 출범한다. 저리 자금대출, 신용보증, 채무조정 지원 뿐만 아니라 종합상담, 금융상품 알선, 공적 채무조정 연계, 고용·복지·주거 지원 연계 등 다양한 서민금융지원업무를 담당한다.

금융보안 전담기구인 금융보안원은 이달 중 설립될 예정이었지만 현재 설립일이 잠정 연기된 상태다. 금융결제원과 코스콤 출신 직원들이 김영린 금융보안연구원 원장의 초대원장 취임에 반대하며 설립추진위원회 사무국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신용정보집중기관은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금융권 협회들이 각각 관리해 온 개인 신용정보를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하기 위해 신설된다.

3개 기관 모두 금융시장 재정립을 위해 중요한 기관들이지만 이미 기존에 관련기관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통합기관의 실효성과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상당수다.

설립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진다. 금융보안원의 경우 초대 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반발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보안연구원·금융결제원·코스콤 등에 흩어져 있던 금융전산보안 기능을 통합하는 것인 만큼 3개 기관 외의 인물이 원장에 선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용정보집중기관의 경우 되레 보안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 측은 "신용정보집중기관에 정보가 집중되더라도 유출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구체적인 설립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치금융이나 보신주의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휘 하에 있는 기관이 늘어날수록 간접적이더라도 금융사의 자율경영이 제약될 수 있고, 금융사의 비용 부담도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낙하산' 논란으로 자리가 줄어든 관료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기관 설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기관을 신설해 현안을 해결하려 하기 전에 기존 기관을 어떻게 활용할 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통합기관, 통합관리만을 강조하는 방식은 결국 콘텐츠 없는 기관만 늘리는 꼴이 될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