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쎄시봉’ 정우 “첫 상업영화 주연…기도하는 마음”

2015-02-02 11:15

배우 정우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바람’(감독 이성한). 고등학교 안에서의 약육강식 세계를 조명한 ‘바람’은 배우 정우(34)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다. 전국 관객수는 10만 3628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큰 흥행은 아니었지만 정우를 다음 작품에 캐스팅하게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우는 ‘바람’ 이전에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7인의 새벽’(감독 김주만)에 양아치로 출연했으며 ‘라이터를 켜라’(감독 장항준)에서는 부하 7 역을 맡았다. 이후 ‘품행제로’(감독 조근식) ‘동갑내기 과외하기’(감독 김경형)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 ‘불어란 봄바람’(감독 장항준) ‘그놈은 멋있었다’(감독 이환경) ‘돌려차기’(감독 남상국) ‘그때 그사람들’(감독 임상수) 등에서 조연과 단역을 연기했다.

‘바람’은 정우를 ‘생활연기의 달인’이란 칭호를 얻게 했고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 출연하게 만들었다. ‘응사’ 신원호 PD 등 제작진이 ‘바람’의 광팬이었기 때문. 이후 ‘응사 신드롬’으로 까지 불리며 연기력 인정과 함께 스타덤에 오른 정우는 첫 상업영화로 ‘쎄시봉’(감독 김현석·제작 제이필름·무브픽쳐스)을 선택했다.

오는 5월 개봉하는 ‘쎄시봉’에서 주인공 오근태 역을 맡은 정우를 최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났다. 웃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정우는 웃으면서도 부담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배우 정우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제가 나오는 초반 부분은 긴장해서 잘 보지도 못했어요. 오히려 선배님들이 등장하면서부터 집중해서 봤죠. 첫 상업영화 주연이라는게 참 새롭고 감사해요. 기도하는 마음이죠. ‘응사’에서 큰 사랑을 받고 난 후의 첫 작품이다보니까 심사숙고를 했지만 스토리가 정말 탄탄하고 재미있었어요. 관객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여주실지 설렘 반 걱정 반입니다.”

‘쎄시봉’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언제 들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분명 어디선가 들었던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조영남의 노래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쎄시봉 멤버들의 노래들. 한국 음악사에 남을 그런 가수들의 한 노래가 모티브가 된 영화에 출연 결심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우는 연기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영화를 이해하려고 했다. 민자영(한효주)과의 첫 키스 장면에서 오근태가 부른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가 고백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란 사실을 알고 있던 정우는 음악에 맞춰 시나리오를 읽고 감정을 잡았다.

스피커를 뚫고 나오는, 심금을 울리는 음악에 정우는 메소드 연기를 펼쳤다. 사실 노래 실력이 ‘준가수급’이라고 불릴 만한 것도 아니다.
 

배우 정우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노래방에서 연습을 많이 했죠(웃음). 어렸을 때부터 가수들의 창법이나 목소리를 흉내 내려고 한 적은 많이 있었죠. 김건모 선배님 노래는 성대모사 느낌으로 불렀어요. 사실 ‘응사’ OST도 그냥 부담없이 불렀죠. 거북하게 들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비호감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과 함께 추억이라고 생각했죠. 잘 부르기 보다는 성의있게 진심을 담아 부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기타까지 배웠다. 원래 오근태는 기타를 치지 못하는 중저음 목소리의 소유자로 설정됐지만, ‘쎄시봉 트리오’의 뮤즈 민자영에게 잘 보이고 싶은 오근태가 기타를 배우기 때문. 민자영에게 고백하는 장면도 노래를 부르다 그려진다. “노래를 부르니 고백을 하기 직전에 시동을 건 느낌이었다”는 정우는 “그만큼 음악이 주는 힘이 컸다. 한효주가 현장에서 집중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같이 집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젊은 시절의 오근태는 정우가, 40대 이후 오근태는 배우 김윤석이 연기했다.

“든든했죠. 김윤석 선배님이 제 40대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저 뿐만이 아닌 다른 어떤 배우들도 김윤석 선배님과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점에서 영광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영광스러웠죠. 사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역할이라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2~3번 정도 현장에 오셨어요. 격려와 응원의 눈빛만 보내시더라고요(웃음).”
 

배우 정우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첫 상업영화 주연작인 ‘쎄시봉’에 있어 정우의 목표이자 바람은 손익분기점.

“최소한 영화에 투자해주신 분들과 제작진들을 위해 손익분기점은 넘었으면 좋겠어요. 촬영 때 정말 즐겁게 촬영했어요. 자부심도 있었죠. 그런데 개봉 날짜가 다가올수록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아요. 치열하게, 고민하면서도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손익분기점은 최소한의 목표입니다.”

‘쎄시봉’의 손익분기점은 300만 관객이다. 정우의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