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1일 새벽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 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인터넷 상에 공개해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 동영상에서 IS 전투요원은 일본의 중동국가 지원에 대해 “승리할 수 없는 전쟁에 참전하겠다는 무모한 결단”이라 주장하고 “이 칼은 고토 뿐 아니라 일본인이 있는 곳에서 어디든지 학살이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는 1일 아침 이번 동영상의 진위에 대한 신빙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수상관저에서 관계 각료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정보수집과 함께 국내외 일본인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단에게 “비열하기 짝이 없는 테러행위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 테러리스트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으며 그 죄를 갚도록 국제사회와 연대할 것이다. 일본이 테러에 굴복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식량지원, 의료지원 등 인도지원을 더욱 확충하겠다면서 "(이번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에게 국민을 대표해 감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향후 일본의 중동정책에 대해 “리스크를 두려워해 방침을 변경하는 것은 테러리스트의 논리에 따르게 되는 꼴”이라고 언급해 인도지원을 계속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등을 위해 해외에 파견된 자위대가 IS의 테러대상이 되지 않도록 단독 외출을 금지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일 오후 기자단에게 “일본이 테러에 굴복할 일은 결코 없다”면서 “국제사회와 연대해 테러 박멸을 위해 일본의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31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과 함께 이 야만한 행위를 비난한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중동과 세계 각지에서 일본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관여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미국은 동맹국과 우호국과 협력해 IS의 최종적인 타도를 위해 단호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인질 사태 해결 과정에서 외교 채널 등을 총동원해 IS가 문제시한 일본의 2억 달러 중동 지원은 군사지원이 아닌 `인도적 지원'이라고 호소해 왔다. 또 고토 씨 석방을 위해 여성 테러리스트 사형수가 수감돼 있는 요르단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왔으나 일본인 인질 2명 모두가 참수되는 최악의 결과로 끝났다.

아베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자국민 구출을 위한 자위대의 활동 범위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최근 국회 답변을 통해 현재는 자국민 구출을 위해 자위대를 해외에 파견, 무력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당사국의 동의가 있을 경우 자위대의 능력을 살려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국가의 책임"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정권은 올봄 정기국회에서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과 관련한 안보법제 정비와 함께 이러한 자위대 해외 활동 문제를 제기, 여야 간에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자위대의 적극적인 해외 활동은 일본인을 표적으로 삼을 테러리스트들의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 일본 여론은 양분된 상태다.

이번 IS 일본인 인질 사건은 지난 1월20일 인터넷 영상을 통해 2억 달러의 몸값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72시간 이내에 지불하라고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유카와 하루나(湯川遥菜) 씨가 참수됐다.

이어 24일에는 또 다른 영상을 통해 요르단 수감 사형수 사지다 알리샤위의 석방을 요구. 29일 일몰을 시한으로 요르단 정부를 압박했다. 요르단 정부가 먼저 자국 공군 조종사의 안부를 확인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자 IS는 며칠간 침묵한 뒤 1일 새벽 고토 씨를 참수한 영상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