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TX시대 전북의 고민, 노선 변경·역사 이전
2015-01-30 11:04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호남고속철도 KTX 개통을 목전에 두고 전북도내 전역이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 들끓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코레일이 제출한 호남고속철도 KTX '서대전역 경유' 계획안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노선 변경 계획안이 수용될 경우 호남권 KTX는 그야말로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이 되고 만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호남고속철 역사(驛舍) 이전 문제도 커다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의 KTX익산역은 익산에 국한된 지역적인 한계가 명확한 만큼 전북도내 주요 도시를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교통요지로 역사를 이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첨단 KTX시대를 맞아 전북은 이래저래 고민이다.
◇서대전역 경유 시 호남권 KTX는 ‘저속철’로 전락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호남선 KTX는 서울 용산역에서 충북 오송을 지나 공주~익산~ 정읍~광주 등을 거쳐 정착지인 목포로 향한다. 전라선 KTX는 전북 익산역에서 갈라져 전주~남원~ 순천 등을 거쳐 여수에서 멈춘다.
그러나 오송∼익산 구간의 고속선을 이용하지 않고 오송∼서대전∼계룡∼논산∼익산으로 향하는 기존선으로 우회하면 45분이 더 걸린다.
만약 이 계획이 국토부에 의해 받아들여질 경우 호남KTX는 서울에서 익산역까지 111분, 광주 송정역까지는 2시간 16분이 걸린다. 서울~익산의 경우 소요시간은 45분이나 지연되고, 거리상으로는 38㎞나 멀어진다.
말이 고속철이지 호남지역으로서는 사실상 ‘저속철’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게 뻔하다. 호남 민심이 들끓는 이유다.
◇“코레일 계획안은 고속철 건설 근본 취지 역행하는 것"
전북도의회와 도내 일선 시·군의회는 전남 및 광주지역 지방의회와 공동으로 오는 2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1인 시위와 삭발 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북도의회와 도내 14개 시·군의회 의장들은 지난 28일 전북도의회에서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호남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호남KTX 서대전역 경유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의원들은 "코레일은 개통될 82편의 고속철 가운데 18편을 서대전으로 우회 운행할 태세인데 이는 호남고속철도 건설의 근본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코레일이 내놓은 '호남고속철도의 저속철 계획안'을 즉각 돌려보내야 한다"고 성토했다.
전북도도 이날 KTX 논란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안대로 고속철을 유지하라"며 강력 대처 입장을 밝혔다.
심보균 행정부지사는 "지난 19일 호남권 3개 광역단체장의 공동 성명발표 이후 전북 정치권과 뜻을 같이하면서 전방위 대응을 하고 있다"며 "KTX가 저속철이 아닌 고속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호남권 광역시, 충북도와 연계해 이를 관철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읍시의회 역시 호남고속철도의 서대전역 우회운행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송하진 전북지사도 이 문제로 29일 전북도를 방문한 국토부 관계자에게 “2005년 오송 분기역 결정시에도 양보했는데, 또 서대전 경유가 왠말이냐”며 “이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송 지사는 이어“새로운 시대의 흐름과 호남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본래 취지에 맞게 고속철도 노선으로 고속열차가 전부 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익산역사 이전 신설 문제 또 다른 불씨
호남고속철도 KTX 서대전역 경유에 대한 극심한 반대 여론과 함께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의 KTX 익산역사 이전 신설 문제가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 불을 지피고 있다.
핵심 요지는 호남선 KTX 익산역을 익산과 전주·군산·김제·완주 등 도내 5개 시·군 접경지로 이전하자는 것이다.
새 역사가 들어설 접경지역(김제 용지면 일대)은 5개 시·군에서 10∼20분이면 도달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매우 좋다. 이용객들의 교통 불편 해소는 물론 외지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김점동 법무법인 백제 대표변호사와 김영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 유희열 전 과학기술부 차관 등을 중심으로 전북지역 법조계와 정·재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9월 가칭 ‘KTX 혁신역사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역사 이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시키고 있다. 추진위 구성원은 현재 500여명 안팎에 이른다.
추진위는 KTX 역사의 경제성과 편리성 등을 들어 현 익산역을 도내에서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현 KTX 호남선 익산역은 실질적으로 익산 시민들만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역(驛)에 그쳐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복합환승센터 무산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KTX와 고속버스, 시외버스, 시내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직접 연계되지 못함으로써 향후 KTX역이 교통거점으로 발돋움하는 데 장애물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전주와 군산·김제·완주 등 인근 지역에서도 호남선 KTX를 타기 위해서는 평균 1시간 이상 이동해야 함으로써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익산역사는 그대로 둔 채 전라선이 정차하는 KTX역사로 활용함으로써 익산역사는 익산역사 대로, 혁신역사는 혁신역사(호남선 KTX) 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은 호남선 KTX 혁신역사와 관련 “도내 5개 시·군에서 10∼20분이면 도달하기 때문에 뛰어난 접근성으로 인한 도민들의 교통 불편 해소와 외지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통팔달 교통요지에 ‘새만금혁신역’ 설치 바람직
추진위는 최근 신설 역사 명칭을 기존 ‘KTX 혁신역’ 대신 전북지역 대표성을 지닌 ‘새만금혁신역’으로 바꾸고 역사 이전 범도민 10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들은 "전주~군산 및 익산~김제 자동차 전용도로가 교차하고 호남고속철이 통과하는 김제 용지면 일대 광활지의 기존 고속철 선로상에 새만금혁신역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구체적으로 지명까지 명시했다.
이 일대는 김제·익산·전주가 10여㎞ 안팎에 불과하고 군산·부안·완주도 20㎞에 그쳐 사통팔달의 교통요지라고 설명했다.
이 지점에 역이 들어서면 전주·김제·익산·군산·완주·부안 등 6개 시·군 140여만 인구와 물자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어 전북의 성장동력인 새만금과 혁신도시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란 얘기다.
새만금혁신역사설립준비위원회 김점동 공동대표는 “전북도 이제 전국 꼴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사람과 물류가 몰려드는 역동적인 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북도를 중심으로 한 도내 지자체, 정치인, 도민들이 모두 힘을 결집해 새만금혁신역사 설립을 관철시켜야 한다”며 “전북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새만금 혁신역사 설립을 위한 범도민 서명운동에 도민들이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