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한 지위 앞세운 현대·기아차의 '눈치'보느라 렌터카 업체들 울상
2015-01-29 15:13
아주경제 윤태구·박재홍·이소현 기자 =현대·기아차가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내수 시장 가장 큰 고객군인 렌터카 업체들을 은연중에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이어온 독점적 시장 지위를 이용한 횡포라는 지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내수 시장에서 렌터카 업체들은 대상으로 광고, 마케팅에서부터 가격 협상에 이르기까지 '갑질'에 가까운 행위를 빈번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렌터카 업체들은 현대·기아차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이보다 못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공급량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3년 12월 기준 업계 1위인 KT금호렌터카의 연간 매출인 8852억원에 근접하고 2위 AJ렌터카의 4757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최근 3년간으로 따지면 2조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현대·기아차로서는 꾸준한 '큰 손' 고객인 셈이다.
VIP 대접을 받아도 마땅찮을 판에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실상은 다르다.
실제로 전국렌터카사업조합회에 따르면 2013년 12월 기준 국산 렌터카 상위 10위 차종만 놓고보더라도 현대차가 5종(쏘나타, 그랜저, 아반떼 등), 기아차가 4종(K5, K7, 모닝 등)으로 약 9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실상이 이렇다보니 렌터카 업체들은 가격 협상에서부터 주도권을 잃는다는 목소리다. 또한 제품을 구매하고 난 후에는 광고, 마케팅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이를 은연중에 통제하고 있다. 이는 추후 영업 차질로 이어질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의 압박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제품 구입을 위해 가격 협상테이블을 열지만(렌터카 업체들이) 대부분 현대·기아차가 제시한 가격에서 결정이 된다"며 "더 웃긴것은 현대·기아차 법인영업팀에서 렌터카 업체에 제품 판매를 끝내고 난 이후에는 현대·기아차 마케팅부서에서 간섭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적인 프로모션이라도 하려하면 (현대·기아차쪽으로부터)'자제'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가 전달된다"며 "(현대·기아차 측에서) 대부분의 공급량을 쥐고 있는 만큼 혹여 밉보이면 추후 차량 구매시 가격이나 공급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우려에 이 같은 표현도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온다"고 하소연했다.
현대·기아차로서는 렌터카 업체들이 큰 고객이긴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기여도가 낮다. 아무래도 법인 판매는 직접 판매에 비해 가격 할인폭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렌터카, 택시 등 법인 판매가 늘어나더라도 수익성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줄어들고 있는 내수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함께 해야하는 관계이긴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현대·기아차가 개인 장기렌터카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목소리다. 장기렌터카 수요가 높아질수록 현대·기아차가 직접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파이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는 최근 현대캐피탈을 통해 미국의 유명 방송 진행자 래리 킹을 모델로 앞세워 현대·기아차의 개인 리스 상품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렌터카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렌터카 시장에서 신차 장기렌터카 비중이 높아지면서 렌터카 업체들의 신차 구매 광고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를 표출하기도 한다"며 "현대캐피탈을 통한 대대적인 리스 광고도 이를 견제하기 위한 하나의 측면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