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정부가 건설사의 입찰담합 예방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공공공사 입찰담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평가 위주의 입‧낙찰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영덕‧손태홍‧박용석 연구위원은 21일 발표한 보고서 ‘최근 공공공사 입찰담합의 주요 쟁점과 정책적 대응 방향’을 통해 “현행 턴키대안입찰제도, 최저가낙찰제도, 적격심사제 등은 기술력과 품질 보다는 지나치게 가격 중심의 평가가 이뤄져 건설사들의 입찰담합을 유발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된 공공공사 입찰담합 건수는 총 18건으로 과징금은 8000억여원이다.

현제 제재가 진행 중인 입찰담합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적발 건수는 25건, 과징금은 1조200억여원에 달한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입찰담합이 적발된 공공공사들은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집중 발주된 대형 토목공사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환경시설공사가 대부분으로 관행적으로 담합이 이뤄져 왔고 당시의 제도나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찰담합이 과거부터 지속돼 왔다는 것은 그동안 입찰담합을 근절하기 위해 행해진 제도 개선과 제재 강화 등의 실효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입찰담합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단기간 동시다발적 발주 공사 입찰담합 일괄 조사 및 제재 △건설산업 특화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개발 및 인센티브제도 도입 △입‧낙찰제도 및 공사비산정제도 근본적 개선 △입찰참가자격 제한 배제 또는 탄력 적용 △경제적 제재 일원화 등 5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특히 입찰담합 유인하는 제도적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입‧낙찰제도와 공사비산정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견해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적발된 공공공사 입찰담합으로 인한 제재는 공정거래법, 형법, 건설산업기본법 등에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중복처벌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고, 입찰담합 제재와 연동해 처벌하는 입찰참가 제한의 적절성 문제에 대한 쟁점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태에서 1조원이 넘는 과징금과 입찰참가 제한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발주기관이 입찰담합 징후 시스템 가동하는 내용이 포함된 ‘건설산업 입찰담합 예방 및 시장 불확실성 완화방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