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국정연설,부자증세와 중산층 지원으로 집권 후반기 승부수

2015-01-21 13:56

2015년 오바마 국정연설[사진 출처: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이 부자 증세와 중산층 지원으로 집권 후반기에도 정국을 주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오후 9시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장에서 한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혹독한 리세션(경기후퇴)에서 벗어나는 이 시점에 향후 15년 또는 수십 년 동안 누구를 살려야 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며 “몇몇 소수에게만 특별히 좋은 경제를 받아들일 것인가?, 모든 노력하는 사람의 소득과 기회를 확대하는 경제에 충실할 것이냐? 답은 자명하다. 중산층 경제다. 정치만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 중산층을 위한 경제 정책은 제대로 작동한다”며 중산층 세금 인하, 초고속 광대역 인터넷망 확대, 가족 부양을 위한 유급 휴가 제도 도입,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금 전액 지원 같은 중산층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위한 재원은 부자 증세로 확보할 것임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집권 전반기에 15%에서 23.8%로 올린 자본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28%로 또 인상 △주식과 같은 유산 상속분에 소득세 부과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 등 자산 500억 달러 이상 100대 금융기관으로부터 은행세 부과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제 개혁을 통해 앞으로 10년 동안 3200억 달러(약 345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상위 1%가 축적된 부에 걸맞은 세금을 내는 것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불평등을 초래하는 세금 구멍을 막자”며 “그 돈을 더 많은 가정이 자녀 보육이나 교육에 쓰도록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실시된 ‘11·4 중간선거’ 참패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외교·안보정책에 대해선 군사력과 강한 외교력, 다자 개입에 기반한 ‘더 현명한 리더십’으로 국제질서를 주도할 것임을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거세게 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끈질기고 꾸준한 해결책을 추구하는 리더십이 결국은 성공할 것”이라며 “쿠바와 53년 만의 역사적인 국교 정상화 선언,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인 13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언 등도 이 같은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의 계곡을 정찰하는 대신 이제는 우리가 정찰임무를 떠맡은 아프가니스탄 안보군을 훈련하고 있고, 외국에 대규모 지상군을 파병하는 대신 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관련국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단체의 은신처를 뿌리뽑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해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보여준 군사력을 포함한 미국의 지도력은 IS의 약진을 멈추게 했다”며 “중동에서의 다른 전쟁에 발을 담그는 대신 테러 집단을 분쇄하는 데 아랍국을 포함한 광범위한 연합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미군 주도의 공습과 이라크 정부군 및 시리아 온건반군의 지상군 활용으로 IS를 격퇴한다는 현재 전략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공화당 강경파 인사들은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으면 IS 격퇴 작전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지상군 투입을 주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 의회에도 “IS 격퇴를 위한 미군의 대외 군사작전을 승인해 미국이 단합돼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며 IS를 상대로 한 무력사용권한(AUMF)을 승인할 것을 요청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그 동안 의회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승인해 준 알카에다와 탈레반, 이들의 연계조직에 대한 군사력 사용 권한을 이용해 현재 IS 격퇴 작전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 협상,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등에 대한 의회의 협조도 당부했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으로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떤 외국이나 해커도 미국의 인터넷망을 봉쇄하거나 기업의 영업 비밀을 훔치거나 미국 가정, 특히 아동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정부는 테러리즘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위협에 맞서 싸우기 위해 정보를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 의회에 △사이버 공격을 받은 기업이 피해 정보를 정부 기관과 더 적극적으로 공유 △악성코드의 판매와 사용에 대한 사법기관의 단속 권한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사이버보안 입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이 법안에는 피해 기업이 사이버공격 정보를 국토안보부(DHS)의 국가 사이버안보정보통합센터(NCCIC)에 제공해 최대한 빨리 정부 기관과 관련 기업들이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국정연설에서 소니 해킹 사검의 주범으로 지목된 북한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 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해가 기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근 135년 동안 가장 더운 한해였다”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의 최근 자료를 인용하면서 기후변화 대책도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발전소의 탄소 배출량을 30%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주도하는 키스톤XL 송유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앨버타 주와 미국 텍사스 주의 멕시코만 사이 2700㎞를 잇는 키스톤XL 송유관 건설은 공화당의 핵심 과업이다.

공화당은 이달 안에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행정부로 넘긴다는 방침이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개혁, 미국산 공산품 및 서비스 수출 증대를 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체결 중요성도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부가 무역 협상 전권을 위임받아 의회의 승인 없이도 협상할 수 있게 하는 신속협상권(TPA)을 부여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패스트트랙'으로도 불리는 TPA는 행정부가 외국과 타결한 무역 협상을 의회가 승인 또는 거부할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은 손질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지역(아·태)에서 중국이 무역 규칙을 만들려 한다”며 “그렇게 되면 미국 근로자와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다. 우리가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신속협상권을 달라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날 오바마 국정연설에 대해 공화당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특히 부자증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국민은 의회 통과도 하지 못할, 민심만 자극하는 화두를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세제 관련 법안을 다루는 오린 해치(유타) 상원 재무위원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자 증세 정책은) 계급투쟁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처드 셸비(앨라배마) 상원 은행위원장은 “(은행세 부과 법안은) 도착 즉시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이민개혁 등을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더구나 농업 또는 철강·자동차 산업 중심지를 지역구로 둔 많은 민주당 의원이 TPP 체결과 이를 위한 TPA 부여에 반대하고 있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밝힌 구상의 실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