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성형외과 병원급은 4곳 뿐... 강남 맹신은 부작용만 불러

2015-01-21 18:08

서울 강남구 전경[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 최근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20대 여대생이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4시간에 걸쳐 턱을 깎는 수술을 받은 이 학생은 회복실에서 의식을 잃었다. 경찰은 해당 병원에서 진료 기록 등을 넘겨받아 과실 여부에 들어갔다.

성형수술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잇따른 성형수술 사고 등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케이블TV에선 일반인을 성형시켜주는 프로그램이 홍수다.

◆ 서울서 78% 강남에 몰려

21일 대한성형외과학회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내 성형외과의 74%인 380여곳이 강남구에 위치해 있다. 이 가운데 100여곳이 강남역 일대에 집중됐다. 빌딩 한 동에 성형외과 1~2개는 기본이고, 한 건물에 5개 이상 있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성형은 믿을 수 있는 강남의 유명 병원에서 해야된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강남이기 때문에 정말 성공적인 성형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맹신은 자칫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얼마 전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간호조무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이 도마에 돌랐다. 공개된 사진에는 간호조무사들이 환자가 누워있는 수술실에서 장난을 치거나 가슴 보형물을 가슴에 갖다 대기도 하는 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병원에 정식 간호사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져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컸다.

◆ 의원급 성형외과 96%, 응급의료장비 없어

실제 강남역 일대의 대부분의 성형외과들은 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기본적인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전국 성형외과 1091곳 중 응급의료장비(심장충격기 및 인공호흡기)를 구비하지 않은 성형외과가 839곳(76.9%)로 나타났다. 심장충격기 구비율만 따져보면 종합병원은 99.2%의 응급의료장비를 갖춘 반면, 병원급(30병상 이상) 성형외과는 절반, 의원급 성형외과는 0%로 응급상황에 대처능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구급차와 중앙감지시스템, 응급처치시스템 등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마취가 전문의가 상주하며, 간호조무사가 아닌 정식간호사를 둔 병원급 성형외과는 강남역 일대에 4곳에 불과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성형시장이 커지기 전에는 의원급, 병원급, 대학병원이 서로 나뉘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규제가 없다 보니 동네의원급 성형외과들이 몸집을 키워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이 해야 할 수술을 버젓이 하고 있다”며 “각종 성형사고와 부작용 사례가 생기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 시설‧장비 갖춘 병원, 숙련도 높은 의사 찾는 노력 필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여대생이 깨어나지 못하고 숨지는 사건도 어쩌면 예견된 결과라는 목소리가 높다.

통상적으로 전신마취로 이뤄지는 양악이나 안면윤곽수술은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마취전문의가 병원에 상주해야 하지만 마취전문의를 항상 상주시키기에는 비용의 문제가 있어 이곳 병원급 성형외과를 제외하면 마취전문의가 상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갈수록 강남의 유명세를 타고 갓 전문의를 딴 의사들도 무조건 강남으로 직행한다. 하지만 성형은 환자의 특징을 꼼꼼히 분석하고 그 특징을 잘 조합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성형의사는 최소 5년의 경험은 쌓아야 사람들의 다양한 얼굴을 보는 안목이 생긴다”며 “경력이 없는 신입 의사들이 강남을 찾는 환자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만큼 이러한 안목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형은 ‘강남’이라고 하지만 강남이라고 해서 맹신할 명확한 기준이 아무것도 없으며 유명세가 곧 실력이라는 공식 또한 성립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얼굴을 책임질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숙련도 높은 의사를 갖춘 병원을 스스로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