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통계로 혁신고 띄우기 나선 서울교육청
2015-01-20 11:30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서울교육청이 무리한 통계로 혁신고 띄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고는 15~20 곳 중 한 곳을 임의로 골랐고 혁신고는 2곳 중 하나를 선택해 비교한 결과로, 이런 방식으로 통계를 내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비교 대상 혁신고와 학업성취도·부모 소득 수준이 비슷한 일반고 중 한 곳을 골랐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혁신고의 통계 대상이 두 곳뿐으로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교 대상으로 일반고 15~20 개 학교 중 가장 성과가 좋지 않은 곳이 뽑히고 혁신고 두 곳 중 가장 성과가 좋은 곳이 대상으로 선정됐을 경우, 과연 이 같은 통계를 일반화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크다.
일반적으로 통계를 내기 위해서는 표본 수가 100~200개 정도는 돼야 신뢰가 가능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이번 사례연구에서 혁신학교의 경우 표본 수가 2곳, 일반고는 15~20곳뿐으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이 같은 통계 결과를 가지고 서울교육청이 혁신학교 띄우기에 나선 것은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교육청은 20일 연세대에서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이 혁신고와 교육여건이 유사한 일반고와의 학업성취도 및 대학진학 결과를 분석한 서울형 혁신학교 운영성과 설명회를 열고, 비교 대상 일반고는 학업성취도 기초미달 학생 비율이 늘어난 반면 혁신고는 감소하는 등 성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4년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경우 B혁신고 19%, C혁신고 17%로 A일반고의 14%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교육연구정보원은 2011년 시작한 혁신고의 경우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성적최하위집단 학생을 배정 받아 미래지향의 창의인재육성, 통합교육과정(유기적, 통합적인 교육활동), 참여와 협력, 배움과 돌봄의 책임교육 등 혁신교육을 통해 기초학력미달학생 비율을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지만 이 같은 통계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혁신고가 대학입시에서 성과를 거둔 것이 혁신학교의 교육과정이 교과 및 비교과활동을 종합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과 부합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역시 무리가 있는 평가라는 견해가 나온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 혁신고등학교 3개 학교 중 교육여건이 유사한 일반고와 여고를 제외한 비교 가능한 2개 학교를 대상으로 고등학교 입학 당시 성적 분포와 학업성취도 및 대학진학 결과를 비교분석한 것이다.
서울교육종단연구 자료를 중심으로 혁신학교와 국어, 영어, 수학 학업성취도 평균과 가계 소득이 비슷한 일반고 15∼20개 학교를 선별한 후 강북의 학교 중 1개 학교를 무작위로 추출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같은 방식의 통계를 일반화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조차 이 같은 통계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면서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변인이 유사한 A일반고와 B혁신고에 대한 사례비교로서 서울형혁신학교의 성과에 대한 일반화에는 무리가 있지만 2011년 혁신고를 출발한 3개 학교 중에서 사례연구를 한 것으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이 같은 통계를 내놓은 것은 학력저하 논란에 따라 강남의 한 고등학교가 혁신학교 지정 후 주위 중학생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지정을 철회하기도 하는 등 부정적인 인식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서울교육청이 이같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신뢰도 떨어지는 통계로 학부모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혁신학교 운영의 혁신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혁신학교 출신의 한 학생은 "혁신학교 역시 3학년이 되면 수능 준비에 매진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