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막걸리의 위용…수출 전선 다변화 필요

2015-01-20 07:35
일본 수출 3년 새 81% 뚝…동남아 비중 높아진 것 위안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주류 시장에서 새로운 수출 효자로 자리 잡은 막걸리의 위용이 위태롭다. 주력 수출 국가인 일본 비중이 줄어들면서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지난 2011년 정점을 찍은 막걸리의 일본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의 판로가 개척된 것이 위안이지만 일본 시장의 감소는 막걸리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2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막걸리 일본 수출액은 지난 2011년 4841만 8000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2년 3199만 달러, 2013년 1362만 5000달러, 지난해 914만 8000달러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3년 전인 2011년보다 81.1%나 감소한 수치다.

막걸리 최대 수출 국가인 일본의 급감이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막걸리 전체 수출액도 2011년 5273만 5000달러에서 지난해 1535만 2000달러로 70.9% 떨어졌다.

막걸리는 2000년대 후반 한류열풍을 타고 일본에서 ‘맛코리(マッコリ)’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비교적 도수가 낮고 유산균과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덕분이다.

특히 롯데주류와 서울탁주가 합작한 ‘서울막걸리’는 당시 일본에서 잘나가던 한류스타 장근석을 모델로 내세워 막걸리 주 소비층인 20∼30대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며 성공시대를 열었다.

막걸리가 일본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출시됐고 막걸리를 주종으로 하는 선술집도 활기를 띄었다.

하지만 한·일 관계 냉각, 엔화 약세, 한류 약화, 일본 주류 유행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일본 내 막걸리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막걸리를 좋아하던 여성과 젊은 층이 저알코올·무알코올 주류,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서 마시는 ‘하이볼’ 등의 대체 상품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같은 기간 중국(2.4%→13%), 미국(3.6%→10.7%), 홍콩(0.1%→5.3%), 호주(0.6%→2.7%), 베트남(0.5%→2.1%), 싱가포르(0.01%→1.3%) 등 다른 나라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다.

중국 수출액은 2011년 127만 2000달러에서 지난해 199만 1000달러로 56.5% 신장했다.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한국 막걸리 수출 2위국으로 올라섰다.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 막걸리 수출은 아직 규모는 크지 않다. 다만 홍콩 수출액이 3년 새 3만 9000달러에서 81만 3000달러로 약 20배 증가하는 등 고성장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는 쌀 문화권이어서 쌀로 만든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중남미 지역은 최근 K팝 등 한류 열풍이 불어 막걸리에 대한 잠재 수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