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경비노동자와 상생하는 공동주택 문화 확산 운동
2015-01-15 10:23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난방투사’ 영화배우 김부선씨에 이어 ‘상생투사’로 나선 성북구 아파트 입주민들이 화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아파트 경비 근로자의 최저임금제 적용으로 아파트 입주민과 경비노동자가 곳곳에서 갈등을 빚는 가운데 성북구에서는 ‘상생투사’들이나서 공동주택의 고용근로자와 상생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또한 주택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자는 움직임까지 불러오고 있어 구의 기대감이 높다.
상생투사의 선봉은 석관두산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작년 말 입주민대표자회의를 통해 올해 경비 근로자의 임금을 19% 인상하고 2015년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을 100%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경비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주민 동의를 거치는 조항을 추가하는 등 고용 보장을 위한 다양한 방안까지 마련했다.
용역업체를 통한 아파트 관리비는 월 7950만원이, 직접고용의 경우 각종 세금 등의 절약을 통해 월 7450만원 밖에 들어가지 않아 매월 500만원의 돈을 아낄 수 있다. 2014년 11월에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전체 334가구 중 310가구가 투표에 참여, 이 중 180가구(58%)가 직접고용을 찬성했다.
심재철 석관두산아파트 입주자대표는 “성북구의 절전소 사업을 계기로 입주민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아파트 내 가로등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등 공용부분 전기요금을 연간 2억 원 정도 절약했으며 이 과정에서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경비원들의 임금을 올려 줄 수 있었다”며 상생비결을 공개했다.
종암동주민센터에서 진행된 선언식에서 성북구 소재 아파트 동별 대표자 30여명은 석관두산아파트, 월곡동일하이빌뉴시티의 사례를 이어받아 보다 인간적인 마을공동체 구성을 위해 동참함으로써 상생을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와같은 성북구 상생투사들의 활약 덕분에 비결을 공유하자는 요청까지 쇄도하고 있어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바빠졌다. 최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위원회가 ‘아파트 입주민-경비원 상생사례 발표회’를 마련하고 김 구청장에게 유독 상생사례가 성북구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이유를 듣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주민이 생활 속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상시적인 소통 시스템과 구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아카데미를 제시했다.
성북구는 민선5기 이후 공동주택리더 아카데미, 주민자치 아카데미, 도시 아카데미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를 이루는 법, 이웃 간에 잘 지내는 법 등의 모범사례를 소개·공유하도록 도와 왔다.
이 과정에서 마을리더를 발굴하고 양성해 주민의 의견을 모으고 소통, 협력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 왔다. 성북구 1호 절전소인 석관두산 아파트의 절전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심재철 입주자대표회 대표가 그 중 하나이다.
성북구는 상생투사들의 활약에 대한 높은 관심을 주택법 개정에 대한 공감대 확산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김영배 구청장은 “경비원 대량 해고 사태를 막으려면 우선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공동체 활성화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국가적ㆍ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입주민 자치에 부가세 감세와 같은 사회적 인센티브를 제공, 사적자치에 머물러 있는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 확보 그리고 입주자대표회의 비리나 의무를 미 이행시 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엄격한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주택법 개정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