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 20대]카드빚에 대부업 대출까지...20대가 위험하다
2015-01-14 17:02
아주경제 김부원·송종호·문지훈 기자 = #1.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A씨(23)는 6개월 정도 근무했을 당시 집안 사정으로 급전이 필요해 대부업체에서 5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근무기간도 짧고, 계약직이다 보니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더구나 서비스직의 특성상 근무 중 은행을 방문해 상담받을 시간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TV광고에서 봤던대로 전화 한통으로 간단히 대출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금리가 무려 연 26%라는 점이었다. 그후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소액으로 대출을 받다보니 어느새 10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었다.
#2. B씨(29)는 자취방을 옮기면서 보증금이 부족해 급히 카드론 200만원을 받았다. 보증금을 서둘러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카드론 금리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취업을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B씨는 목돈을 구할 수 없어 다른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카드론 이자를 메꾸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당수 20대들이 카드빚이나 대부업체 대출 등으로 인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대부분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했거나, 취업에 성공했다 해도 아직 근무 기간이 짧다보니 은행에 비해 돈을 빌리기 쉬운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실정이다.
◆20대 대출 15%↑…대부업 이용자 5명중 1명 20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기정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나이스신용정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대출액은 1분기 대비 3.56%(37조6083억원) 증가했다.
20대의 대출 중에서는 은행과 저축은행을 제외한 전 업권에서의 증가율이 평균을 웃돌았다. 보험대출은 30.99%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상호금융이 20.86%로 뒤를 이었다. 대부업 대출 증가율도 18.34%에 달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 5명 중 1명은 20대라는 사실도 심각하다. 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대부업 이용경험이 있거나 이용 중인 고객 32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대 고객은 총 638명으로 전체 이용고객 중 20%를 기록했다.
◆정부 차원의 대책 절실…올바른 소비습관 길러야
20대의 대출 수요를 줄이기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강기정 의원은 "20·30대 젊은층에서 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제2금융권과 대부업 등에서의 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의 큰 근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정숙 금융소비자연맹 회장도 지난 연말 취임 당시 청소년 및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회장은 "과거에도 초·중·고교 정규 과목으로 금융교육을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입시와 관련이 멀어 성공하지 못했다"며 정규 과목으로 채택되지 못하더라도 경제 과목 안에 금융교육이 상당 부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업체의 과장광고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문 회장은 "평소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대부업체의 허위·과장 광고 등에 대해 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며 "대학생들이 대부업체를 통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올바른 소비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조영경 희망재무설계 팀장은 "재무설계 상담을 받는 사회초년생들 중 상당수가 이미 학자금 대출이나 카드사용 등으로 많은 빚을 떠안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는 것이지만 특히 20대들은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20대들은 1~2년 내 퇴직 및 이직 가능성이 큰 시기이므로 장기간 납입해야 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며 "반드시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면 (대부업체를 통해) 쉽게 돈을 빌리려 하지 말고 은행권 대출부터 알아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