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미국 정부가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북한을 제재할 것임을 밝혀 앞으로 미국의 대북 제재는 한층 강화되고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은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성 김(사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는 13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위원장 에드 로이스)가 주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불법행위를 하는 데 따른 비용을 높이고 국제적 의무와 규범을 준수하도록 가용한 수단을 전면적으로 동원해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우리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고 북한이 불법무기와 도발, 인권탄압 행위를 스스로 포기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양자와 다자를 아우르는 제재 확대로 북한이 파괴적 정책 결정을 하는 데 따른 비용을 높이고 핵과 탄도미사일에 쓰이는 재원을 줄이며 궁극으로 북한의 선택지를 좁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새로운 대북 제재 행정명령에 대해 “북한 정부와 당을 직접 제재대상으로 지정해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 해킹 사건에 대한 대처뿐만 아니라 앞으로 북한의 불법행위를 전면적으로 다뤄나가는 기본 틀이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앞으로 재무부는 기존 제재 대상들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북한 정부와 당 소속 개인과 단체들을 제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안보부는 별도로 공공 분야와 민간 영역의 사이버 안보를 강화하는 대응조치를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일 소니 해킹 사건에 대한 고강도 대북 제재조치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행정명령 발동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북한 정찰총국과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조선단군무역회사 등 단체 3곳과 그와 관련된 개인 10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성 김 특별대표는 “다자 차원의 제재가 필요하다”며 “지금 관련국들에 이번 행정명령에 따른 제재의 권한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매우 제한적인 경제적 교류를 하는 만큼 대북 제재는 관련국들이 동참할 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대표는 이달 안에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하고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과의 대화 모색에 대해선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려는 용의를 보이면 양자 관계를 개선할 수 있고 의미 있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며 “그러나 불행히도 북한은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면서 우리의 대화 제안을 일축하거나 무시하면서 일련의 도발 행위로 대응해왔다”고 비판했다.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둘러싼 북·미 간의 입장 차에 대해선 “누구도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복귀하기 이전에 비핵화하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거부하며 북한이 조기에 가시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에 대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70년 이산가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평양이 진정으로 관심이 있는지를 따져보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관계의 주요한 진전은 오로지 비핵화와 함께 할 때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원칙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전을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니얼 글레이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는 “이번 행정명령은 북한 정권에 재정적 압박을 강화하고 북한을 국제 금융시스템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재무부의 권한을 크게 확장시켰다”며 “이는 우리가 북한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결단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무부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 정부, 노동당 관리와 관련 단체들을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며 “특히 재무부는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과 단체들을 대신해 활동하거나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개인과 단체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니얼 글레이저 차관보는 “지금 북한 정부는 재정적으로 고립돼 있다”며 “수년 동안 재무부가 북한의 미국 금융시스템 및 국제 금융시스템 접근을 제한하고 차단하면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단절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재무부는 광범위하고 강력한 제재 수단을 활용해 북한의 불법행위들을 적발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