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정치학] 박근혜 대통령 ‘불통’ 새누리당 ‘먹통’ 범야권 ‘외통’…3년차 정국 먹구름

2015-01-13 16:26

박근혜 대통령. 13일 ‘리얼미터’가 종합편성채널인 ‘MBN’ 의뢰로 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공감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를 조사한 결과, ‘공감한다’는 의견은 33.0%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가 박 대통령 지지율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한국 정치가 총체적 난국에 처했다. 정치권력의 삼각 주체인 청와대·집권여당·야당이 ‘통합과 상생’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한 채 각자의 목표만을 위해 ‘각개약진’하면서 정치 무능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집권 2년차 말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에 직격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권과 국민들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 요구에도 사실상 ‘마이웨이’를 선언, 남은 기간 ‘만기친람식 리더십’을 예고했다. 집권여당은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경제회복·통일대박’의 청사진을 보여줬다고 ‘자화자찬’, 청와대와의 힘의 균형 조절 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범야권은 13일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 ‘불통 리더십’, ‘감동 없는 메시지’ 등의 단어를 써가며 맹비난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과 맞서려는 대통령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파상공세를 폈다.

집권 3년차 때도 마이동풍식 국정운영을 예고한 청와대는 ‘불통’,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새누리당은 ‘먹통’, 반(反)박근혜 프레임을 반복하는 야권은 ‘외통’에 각각 빠진 셈이다. 자신들의 목표만을 위해 무한질주 하는 ‘퇴행적’ 정치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한국 정치의 위기론은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무당파 30%’, 정치 혐오 확산일로…朴대통령 기자회견도 ‘혹평’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1월 첫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결과에 따르면, 여야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는 29.3%로 조사됐다. 이는 1년 전(21.7%) 대비 7.6%P 높은 수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인 지난해 4월 18일 진도 현장에서 유가족을 만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71%(리얼미터 일간 기준)까지 상승, 소통 정치로 지지도 상승을 꾀한 바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 지지도는 40.8%와 23.6%를 각각 기록했다.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이던 새누리당도 같은 기간 5.8%P 하락, 국민들의 정치 혐오증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을미년 새해 불통 논란에 불을 지른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역시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날 ‘리얼미터’가 종합편성채널인 ‘MBN’ 의뢰로 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공감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를 조사한 결과, ‘공감한다’는 의견은 33.0%에 불과했다.

반대 의견은 39.6%로, 비공감 의견이 6.6%P 높았다. ‘잘 모른다’고 말한 응답층은 27.4%로 집계됐다. ‘리얼미터’ 1월 첫째 주 국정 지지도 43.2%를 비롯해 박 대통령의 신년 초 여론조사 지지율이 40% 중반 대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평가는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대목은 정당 지지층과 지역, 세대별로 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68.2%는 공감한다고 한 반면,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63.7%는 반대 의견을 냈다.

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공감도는 △대구·경북 47.3% △대전·충청·세종 44.5% △강원 42.2% 등 ‘여도’에서, 비공감도는 △광주·전라 52.1% △경기·인천 44.2% △서울 43.9% 등 ‘야도’에서 각각 높았다. 한국 사회가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의 늪에 빠진 셈이다. 

◆‘전략적 극단주의’에 빠진 한국 정치…독재 거치면서 고착

전문가들은 독일의 중도우파 성향인 ‘기독교민주당(CDU)’과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 간 연립정부 구성이 활발한 유럽과는 달리, 한국 정치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게임에 빠진 것은 ‘분단’, ‘독재정권’ 등의 특수성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지지율 정체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달 8일 문재인, 박지원, 이인영 후보 간 3파전을 통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한다. 최근 소폭 하락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지지율 경쟁에 이목이 쏠린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실제 해방 이후 계속된 남북 분단으로 ‘이념 대립’이 극에 달한 한국 사회는 독재정권 시절 고도의 압축성장을 이뤄내면서 빈부·노사·지역 갈등을 야기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1970년 ‘민주 대 반민주’, ‘영·호남 지역주의’에 갇힌 한국 정치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도 TK(대구·경북)의 노태우, PK(부산·경남)의 YS(김영삼), 호남의 DJ(김대중), 충청의 JP(김종필) 등의 4자 지역구도에 매몰됐다.

‘우리가 남이가’, ‘동영이 형’ 등 선거 때마다 반복된 특정 정당 후보의 권력 독점화 결과, 피아(彼我)의 정파성·패권성의 확산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강(强) 대 강(强)’ 구도만 펼치는 한국 정치 행태와 관련, “과거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여야 관계가 갈등과 대립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며 “이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닌 문화의 문제다. 워낙 오랜 시간 굳어졌기 때문에 쉽게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치가 이념과 정책 가치에 의한 이합집산이 아닌 특정 지역의 집합체로 이뤄지면서 선거 때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전략적 극단주의’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불통·먹통·외통’ 등의 구체제와 단절하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과 여야의 지지도 하락·무당파 상승이 불가피, 향후 갈등의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을 크게 하회하는 즉시 박 대통령은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여야의 지지율도 제자리걸음을 걷는다면, 정치권력의 삼각 주체 모두 갈등 조정 능력을 급속히 상실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결국 소통이 정답이 아니겠느냐”면서 “대통령이 대국민 스킨십을 늘리고 민생경제에 매진한다면, 국민들이 다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해 4월 18일 진도 현장에서 유가족을 만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71%(리얼미터 일간 기준)까지 상승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