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문화경쟁 “문 닫는 공자학원…문 여는 재팬하우스”

2015-01-13 15:12
스톡홀름대 중국 공자학원 퇴출…일본 재팬하우스 런던·LA 등 설치

2010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주석 신분일 당시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을 방문해 빅토리아대 공자학원 개소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공자학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소프트외교 첨병'인 공자학원이 북미·유럽 지역에서 잇달아 퇴출되고 있는 틈을 타 일본은 ‘재팬하우스’를 내세우며 해외에서 일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행보에 돌입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교내에 설치된 공자학원을 오는 6월 30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중국 환추스바오(環球時報)가 13일 보도했다. 

스톡홀름대 측은 “10년 전과 상황이 달라졌다”며 “중국과 인문교류가 늘어나면서 공자학원과의 제휴가 불필요해졌다”고 퇴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스톡홀름대 부총장은 “사실상 타국 정부가 돈을 대는 기관을 캠퍼스내 설치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관행”이라며 공자학원 운영 방식에 강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특히 스톡홀름대 공자학원은 지난 2005년 문을 연 유럽 최초 공자학원으로 상징적 의미가 깊었던만큼 앞으로 유럽 내 공자학원 퇴출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소장 추이훙젠(崔洪建)은 “공자학원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폐쇄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공자학원의 해외보급과 운영방식에 개선할 점이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때"라고 진단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어 교육과 문화 교류를 명분으로 매년 수억 달러 예산을 지원해 운영하고 있는 어학·문화시설이다. 현재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 모두 471곳이 설치돼 운영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해 9월 "공자학원은 중국의 것일 뿐 아니라 세계의 것"이라고 말하는 등 공자학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공자학원이 중국 정부나 공산당의 선전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앞서 지난해 6월 미국대학교수연합회는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의 일개 산하기구로 학술의 자유를 무시하고 있다”며 공자학원과 협력 중인 100여개 미국 대학에 대해 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캐나다 맥매스터대(2013년 7월), 미국 시카고대(2014년 9월), 미국 펜실베니아대(2014년 10월)는 공자학원을 이미 캠퍼스에서 퇴출시켰다.

반면 중국과 역사인식·영토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은 공자학원에 맞서 재팬하우스의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이 해외 홍보 강화를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영국 런던, 브라질 상파울루 등 3개 도시에 홍보 거점인 '재팬 하우스'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재팬하우스는 만화, 애니메이션, 음식, 종이예술품, 특산품 등 다양한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일본은 자국의 대외 홍보력을 높여 ‘친일파’나 '지일파'를 늘리는 한편 한국과 중국의 대일 공세에 맞서 영토 문제와 역사 인식에 관한 일본의 입장을 국제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재팬하우스 설치비를 포함한 총 500억엔(약 4600억원) 규모의 관련 예산을 책정했다. 올해 중으로 이들 3개 도시에서 설치공사를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이후 홍콩과 터키 이스탄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지역에도 재팬하우스를 차례대로 설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