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블랙컨슈머 '갑질' 은행민원 평가에서 제외한다…금감원 지침, 악성민원 유형도 제시
2015-01-12 16:37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앞으로 "1원 단위까지 인출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은행에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는 악성민원으로 분류된다. 은행장 명의의 사과를 요구하거나, 심야시간대에 방문을 요청하는 것도 부당한 행위로 간주된다. 또 정기예금 가입시 과도한 금리 우대를 요구하거나, 인터넷 등에 은행 직원의 개인정보 등을 기재하는 경우 악성민원인(블랙컨슈머)으로 판단된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의 유형을 악성민원 유형으로 제시하고, 악성민원은 은행 민원발생 평가항목에서 빼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화된 블랙컨슈머 대응 방안이 구체적으로 시중은행에 적용되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전 은행에 '금융회사 민원발생 평가시 악성민원 판단 기준'을 배포했다. 그간 블랙컨슈머에 대한 논의는 수차례 이뤄져 왔으나 금감원이 나서서 악성민원을 민원발생 평가에서 제외하라고 시중은행에 하달한 것은 처음이다. 은행들은 금감원의 판단기준을 바탕으로 각 영업점에 블랙컨슈머 대응지침을 전달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악성민원의 첫째 유형은 '과도한 금전적 보상 또는 특혜 등을 요구하는 경우'이다. 재산적 피해에 대한 복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별도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면 악성민원으로 판단한다. 불친절 또는 사소한 업무과실을 빌미로 과도한 보상 또는 조치를 요구하는 민원인도 악성으로 본다. 다른 소비자와 달리 해당 민원인에게만 특별한 계약 조건 부여를 요청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둘째 유형은 '형사상 위법행위, 업무방해 등을 하는 경우'이다. 담당자에게 물리적 폭력, 협박, 성희롱 발언 등을 행하거나 금융사 건물 내에서 난동, 기물파손 등의 폭력을 행사하면 악성민원에 해당한다. 직원의 경고에도 불구, 담당자에 대한 욕설 등 언어 폭력을 지속하거나 공개적인 모욕 및 명예훼손 행위를 해도 불법이다. 수차례에 걸쳐 또는 음주상태에서 장시간 전화를 끊지 않고 불만을 표출하거나, 지나치게 잦은 방문 또는 장시간 체류하는 것도 해당된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악성민원 판단기준이 제시된 데다 영업점 평가대상 항목에서 제외됨에 따라 향후 블랙컨슈머로 인한 감정 및 비용소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 추산한 블랙컨슈머 숫자는 1만명에 육박한다.
통상 은행 민원발생 평가에서 고객서비스(CS)부문이 차지하는 점수는 35~40점이다. 지금까지는 은행 자체적으로 악성민원으로 판단된다고 해도 평가시 민원처리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간주돼 감점을 피할 수 없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CS점수 비중이 크다 보니 민원 막기에 급급했던 일이 종종 있다"며 "금감원이 구체적인 유형을 제시하고 평가항목에서 제외한 만큼 앞으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