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 점검] ECB, 물가하락으로 양적완화 초읽기

2015-01-08 09:08

[사진=ECB 홈페이지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처음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작년 1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유럽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더 고조됐기 때문이다. 

▲ 유로존 물가 0.2% 하락
유럽연합(EU) 통계국이 7일(현지시간) 발표한 2014년 1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2% 하락했다. 국제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은 지난달보다 0.5포인트 하락하면서 2009년 10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유럽 역내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더 고조돼 금융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퍼졌다.

이날 유럽증시는 물가가 하락한 만큼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보다 0.84% 오른 6,419.83에 마감됐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DAX 30 지수도 0.51% 뛴 9,518.18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 역시 0.72% 상승한 4,112.73로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0.5% 오른 333.20에 마감했다.

▲ ECB, 양적완화 초읽기
ECB가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단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작년 1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유럽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더 고조됐기 때문이다. ECB는 1월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양적완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소비자물가지수가 하락한 배경에는 국제유가 급락이 있다. 유럽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독일과 동유럽 지역에서도 물가상승률이 제로에 가까워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ECB가 두려워하는 것은 통계상의 물가 하락 뿐 아니라 남유럽 국가(이탈리아, 그리스 등)의 실업률 상승과 러시아의 경기침체로 유로존 경제 둔화가 장기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경제전문지 한델스블라트도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경기 침체는 더욱 악화되면서 기업이 투자와 신규고용을 억제하기 시작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우려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그리스가 1월 하순 예정된 총선에서 반긴축재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야당, 급진좌파연합이 승리할 경우 EU의 자금지원 중단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ECB 이사회, 양적완화 찬반 엇갈려
ECB 이사회 내에서는 양적완화를 두고 찬반이 엇갈린 상황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유럽경제는 침체됐다고 해도 아직 성장률은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어 독일과 네덜란드는 “양적완화는 아직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의견을 묵살하면서 양적완화를 단행할 의지를 여러 번 보여왔다. 지난 12월 ECB 이사회에서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 단행에 있어 회원국이 만장일치를 보일 필요는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ECB 양적완화 규모가 초점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의 규모에 대해 “ECB의 자산 잔고를 현재보다 1조 유로(약 1400조원) 늘려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독일 언론은 지난 12월 ECB 이사회에서 총 1조 유로가 넘는 국채매입을 ECB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어 양적완화의 규모가 1조 유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CB는 신용도가 높은 국채만을 매입하는 방안과 각국 중앙은행이 매입을 희망하는 국채만을 선택하는 안도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월 ECB 이사회에서 양적완화 단행을 결정해도 규모와 방식을 정하지 못할 경우 실제 국채 매입은 3월에 이뤄질 수 있다고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