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편승하는 중국 뷰티업계…"모델이 기가 막혀"
2015-01-07 07:21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연초부터 모델 겹치기 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산 화장품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자 이에 편승하려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 유명 브랜드 모델을 겹치게 발탁하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동일 모델이 해외 동종업계 모델로 등장하는 사례는 많았다. 배우 전지현은 LG생활건강의 샴푸 '엘라스틴' 모델로 활동하면서 P&G의 '팬틴' 중국 모델로 활동했고, 송혜교는 아모레퍼시픽 '에뛰드' 모델을 하면서 중국에선 P&G의 화장품 브랜드 '올레이'와도 계약을 맺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헤라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전지현은 올해 말까지 중국 화장품 브랜드 란슈 모델로 활동한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 및 아시아 스타로 떠오르자 랸슈 측이 자국 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 모델을 발탁한 것이다.
헤라는 아직 중국에 공식 진출하진 않았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에게는 이미 '전지현 화장품'으로 유명하다. 란슈가 아모레퍼시픽이 구축한 한류 프리미엄을 자사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전지현이 활약한 헤라, 한율 등은 아직 중국 진출 전이기 때문에 중국 업체와의 계약 건이 문제 될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최근에는 모델을 계약할 때 기간과 비용 외에 '국가'를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샘 모델로 활약했던 가수 아이유 역시 최근 중국 화장품 모델로 발탁됐다. 아이유를 전속 모델로 발탁한 QDSUH(차오디상후이 巧迪尚惠)는 중국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을 타깃으로한 화장품이다. 최근까지 현지 톱스타 양미를 모델로 기용했지만 아이유가 중국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자 지난해 말부터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 모델을 쓰고 있다.
로레알그룹은 올해부터 입생로랑의 중국 모델로 가수 비를, 비오템은 배우 정일우를 중국어권 모델로 발탁했다. 비와 정일우는 과거 네이처리퍼블릭과 소망화장품 모델로 활약하며, 중국 여성들에게 많은 인지도를 쌓아왔다.
문제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한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한류 모델'만 쏙쏙 빼내간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에 힘들게 진출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중·소브랜드숍의 경우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10년 중국 화장품 란슈는 한국 A브랜드 제품을 그대로 베껴 출시하면서 동일브랜드의 한국 모델로 활동하던 배우 김희선을 중국모델로 발탁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한국 업체 측은 "중국 짝퉁숍에서 유통되고 있는 제품 피해액도 어마어마한데 모델까지 똑같이 사용해 중국법인의 손실이 컸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 붐이 일면서 각 나라의 사정에 맞는 한국 모델을 새로 발탁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며 "중국 업계가 최대 2배 이상의 모델료를 지불하고 한국인 모델을 빼내가고 있어 이같은 상황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델들의 '동종업계 광고출연 금지'라는 조항은 국내법에서만 적용돼 해외 활동의 경우 문제가 없지만 도의상 섭섭한건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온라인,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국가 간 활동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동종업계 광고에는 출연하지 않는 게 도덕적으로 맞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