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영화를 영화로 볼 수 없는 세상
2015-01-06 16:23
해킹당한 소니픽처스가 영화 개봉을 포기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위협에 굴복한 소니사를 비난했고 소니가 뒤늦게 공개한 영화는 입소문을 타 흥행에 성공했다. 휴지통에 버려질 만한 영화를 북한 당국과 미국 대통령이 합작해 살려낸 셈이다.
문제는 소니사를 해킹한 북한 당국과 이를 제재하는 미국을 양쪽 저울에 올려놓고 봤을 때, 저울추는 어느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는 데 있다. 두 무게추는 이념이라는 서로 다른 절대적 무게를 업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도 '인터뷰'를 다운받아 봤다. 보는 내내 개운치 않았다. 일본 자본이 만든 영화라 어느 정도 예상했던 한국인 비하 코드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북한 문제에 대한 문제 의식까지도 흔들리게 할 만큼 황당했다.
영화가 북한에 유입됐다고 하니 영화를 본 북한주민들 중 북한 체제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기 전에 반일, 반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황당무계한 코미디 영화 한 편이 대북 추가 경제 제재를 가져오고 한미 공조 균열에 이어 반일감정까지 일으키는 것을 보면 정치적 무기 그 이상이다.
최근 이념의 갈등의 한복판에 또 한 편의 영화가 있다. 바로 '국제시장'이다. 영화는 파독 광부, 베트남전, 이산가족 찾기 등 우리의 흑(黑)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가 유신 독재를 미화한다고 주장하기도,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며 이념의 잣대로 영화를 소화시키려는 자들로 가득하다. 험난한 시절을 견뎌온 우리네 아버지에 대한 '헌사'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지 못한 듯 말이다.
2004년 개봉한 '효자동 이발사'도 독재정권 시대상이 반영된 영화였지만 지금과 같은 논란은 없었다.
지금, 영화에 대한 평가마저 반목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편가르기가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이유는 진영논리가 그만큼 팽배하다는 반증이다. 이는 이념 과잉이 가져온 불치병으로 또 다른 정치적 무기일 수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