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비하인드] '킬미 힐미' 엉뚱발랄한 황정음의 말말말

2015-01-05 17:21

킬미 힐미 황정음[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배우 황정음'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단어가 몇 개 있다. 남자친구 김용준,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눈물의 여왕. 전혀 다른 이야기는 함께 어우러져 황정음이라는 인물을 만들었고, '킬미 힐미' 황정음이 연기하는 오리진 캐릭터까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5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MBC 새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극본 진수완·연출 김진만 김대진) 제작발표회에는 김진만PD와 배우 지성, 황정음, 박서준, 김유리, 오민석이 출연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황정음은 배우에 대한 제 생각과 '킬미 힐미'에 임하는 각오를 또박또박 설명했다. "예전에는 나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았다. 빨리빨리 소화해야 하고 연기 자체가 버거워서 여유가 없었다"고 반성하면서도 "전작 '끝없는 사랑'이 끝나고 쉬고 싶었다. 그런데 '킬미 힐미' 대본을 보자마자 '쉬고 싶은데… 쉬고 싶은데… 그래도 해야겠네'라는 생각이었다"고 새 작품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일부 시청자는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10)의 황정음이 사라졌다고 아쉬워 했다.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여대생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대중은 '골든타임'(2012) '비밀'(2013) '끝없는 사랑'(2014) 속 황정음의 모습이 낯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유쾌했다. 본인은 "그때의 발랄함은 없지만, 그동안의 내공이 쌓였다"고 자평했지만 제작발표회에서 보여준 황정음은 이미 '지붕 뚫고 하이킥'의 황정음, 아니 '진짜' 황정음의 모습이었다.

◇ "남자친구 김용준의 반응이요? 지금 싸웠어요."

드라마 '비밀'에 이어 다시 한 번 지성과 호흡을 맞추게 된 황정음. 공개 연애를 즐기는 그이기에 연인의 반응이 궁금했다. 하지만 정작 질문을 받은 황정음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지금은 싸워서 연락도 안 해요. 제가 요즘 힘들어서 저녁 식사를 예약해 달라고 했는데, 안 했더라고요. 집어 치우라고 했어요. 9년 되면 다 이런가 봐요. 헤어질 때가 됐어요."

투덜거림에 취재진은 웃음을 자아냈지만, 황정음은 "진짜인데 왜 웃냐. 우울하다"고 털어놨다.

연예인의 '깜짝 고백'은 누군가에게는 눈총을, 누군가에게는 결별에 대한 의심을 만들어내지만 황정음은 달랐다.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사랑을 키워왔고, 2009년에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닭살 애정을 과시한 그들이기에 취재진과 네티즌 모두 황정음의 '폭로'를 귀여운 애교로 받아들이고 있다.

◇ "지성의 원맨쇼? 이번에는 오빠 밀어주기로 했어요."

'킬미 힐미'는 다중인격을 다루는 드라마임에도 소재의 독특성보다 배우 지성, 황정음의 재회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밀'은 SBS '상속자들', MBC '메디컬 탑팀'과 동시간대 방송되며 고전을 예상했지만, 탄탄한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해 지성과 황정음은 K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과 남녀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이들은 여전히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지성 위주로 드라마가 전개될 수 있지만 상대배우의 입장에서 제가 돋보이기 바라기보다 지성의 연기를 응원했다. '지성의 원맨쇼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 황정음은 적극적으로 변론했다.

황정음은 "한사람만의 노력으로 작품이 잘 되기는 힘들다. 각자가 해야 할 사이즈가 있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면 드라마가 망가진다. '비밀'도 내가 잘해서 잘된 게 아니라 출연진, 제작진이 있어서 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는 지성을 밀어주기로 했다. 지성도 열심히 하고, 감독님도 열심히 해서 기분 좋게 촬영 중이다. 누가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잘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지성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드러냈다.

◇ "권석장 감독님 별로예요!"

황정음의 과감한 발언은 전작 '골든타임'의 권석장 감독으로 이어졌다.

"'골든타임'을 찍으면서 '이렇게 힘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황정음은 특유의 발랄한 말투로 "권석장 감독님 별로예요!"라고 밝혔다. 이어 "다신 권 감독님과 안 할거다. 그리고 권석장 감독님도 다 시청률이 잘 나온 작품만 한 건 아니지 않나. '깍두기' 같은 작품도 있지 않았나. 그런데 다 잘나온 작품만 했다고 하더라. 다신 같이 안 할 것"이라고 폭로했다.

힘들었던 이유를 묻자 "김병욱 감독님은 나에게 '아이고, 우리 예쁜이'라고 인사해 주셨다. 내가 막내로 자란 걸 알아서 예쁘게 잘 해주신 것 같다"고 '지붕 뚫고 하이킥'을 함께 한 김병욱 PD를 언급했다.

'킬미 힐미' 김진만 PD에 대해서는 "권석장 감독님처럼 불편하게는 안 해주신다. 저에게 '왜 저렇게 연기하는 거야?'라고 하신다. 제가 원래 생각 없이 열심히 하는 연기자였는데, 권석장 감독님 때문에 '내가 왜 이렇게 연기해야지?' 생각하는 배우가 됐다"고 덧붙였다.

황정음의 솔직한 답변에 당황한 지성은 "정음이가 솔직한 친구다. 순수하고 맑아서 어쩌면 더 호흡 맞추는 게 더 좋았다. 좋게 받아들여주시길 바란다"고 어수선한 현장 분위기를 수습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