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훔방’ 강혜정 “딸 하루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영화”
2015-01-05 15:43
지난 2004년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감독 박찬욱, 미이케 다카시) 역시 청소년관람불가이다. 영어교사 유림(박해일)과 미술교생 홍선생(강혜정)의 노골적 밀당영화 ‘연애의 목적’(감독 한재림) 또한 19세관람가다.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광현)이나 ‘허브’(감독 허인무) ‘도마뱀’(감독 강지은)처럼 12세 관람가도 있지만 가수 타블로와 사이에서 낳은 딸 하루(5)가 볼 수 있는 영화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제작 삼거리픽쳐스)이 유일하다.
강혜정은 지난달 31일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집을 갖고 싶은 소녀 지소(이레)의 엄마 정현 역을 맡았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개훔방’은 하루가 볼 수 있다. 그런데 그저 볼 수 있어서 좋은 것은 아니다. 그만큼 영화가 따뜻하며 사랑스럽고 좋아 더욱 좋다.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이레랑 홍은택(지석 역) 같은 친구들이 너무 순수하잖아요. 빵 터졌죠. 그리고 김혜자(노부인 역) 선생님부터 최민수(대포 역) 선배님도 그렇고, 많은 카메오 출연자분들의 영향 때문에 호평을 받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개를 훔치는 방법을 구상할 때 그래픽도 좋았고요. 시사회가 끝나고 감독님을 와락 안아버렸죠(웃음).”
그만큼 강혜정에게 뜻깊은 영화가 됐는데 남편 타블로에게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됐다. 사진으로나마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 김성호 감독의 아이디어로 타블로의 사진이 영화에 등장하는데 “나도 영화 출연한다”며 흔쾌히 허락했다는 전언이다.
사실 이레와의 호흡에 있어서는 우려한 부분도 있었다. 영화 속에서는 딸과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엄마를 연기해야 하는데 이레가 실제 어머니와 사이가 너무 좋았기 때문.
“저뿐만 아니라 감독님도 우려하셨던 부분인데요, 어머님이랑 이레 사이가 정말 좋았어요. 이레를 끔찍하게 챙기지만 이레도 엄마가 큰소리 내지 않게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지소랑 사이가 좋지 않잖아요. 과연 이레가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속으로 쌓인 게 있었는지(웃음) 전혀 기가 밀리지 않더라고요. 천상 배우인 것 같아요. 특히 카메라 장악력이 일품이죠. 가만히 있는 장면에서도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모니터를 하고 있으면 이레가 아니라 딱 지소였어요.”
강혜정은 하루와 놀아주고 싶지만 바쁜 스케줄 탓에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는 없다. 연극 ‘리타’에 공효진과 더블 캐스팅된 탓에 2월까지는 월요일에만 시간이 빈다. 그동안 오래 쉬면서 하루와 함께했지만 지금도 미안해진다는 게 강혜정의 속마음이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밤 11시가 넘어 집에 들어가면 하루는 거의 잠이 들어 있다. 간혹 자지 않고 있다면 그때부터라도 놀아준다. 하루는 하루대로 그날 있었던 일들을 모두 얘기해주고 싶어하는데, 강혜정은 그런 모습이 못내 안쓰럽다.
그러다 남편 타블로까지 귀가하면 그날은 파티라고. 층간소음 때문에 연락이 올 정도로 하루와 놀아준 강혜정은 “이 자리를 빌려 아래층에 사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