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중국 '호랑이 등'에 탄 한국경제…저성장 리스크 대비해야"

2015-01-05 08:08
윤종원 전 IMF 이사, 중국 성장둔화 여파…어지간히 잘하지 않으면 떨어져
저성장 장기화 '뉴노멀 시대'로 구조개혁 뒷받치돼야 경제 활력
한국경제 한 단계 도약 위해 경제·사회분열 반드시 개선돼야

윤종원 전 IMF 이사는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사진=배군득]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중국의 성장 둔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있는 형국이라 여간 잘 하지 않고서는 떨어져 뒤처지게 될 수 있다.”

윤종원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사는 현재 한국경제가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성장률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도 높아졌지만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경제에서 중국의 성장둔화는 상당히 큰 대외변수인 셈이다.

윤 전 이사는 미국 경제 중심인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지난해부터 중국 기업들의 로고가 부쩍 늘어난데 대해서도 중국경제의 가파른 성장과 더불어 주변 국가들에게 미칠 파급력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할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고착화 된 상황에서 장기적인 체질변화로 저성장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현 경기상황을 고려할 때 재정과 통화를 푸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이지만 총수요 정책의 효과는 단기적인 것이 일반적”이라며 “경제의 비효율을 떨쳐내고 성장 지속성과 강도를 높이는 구조개혁이 뒷받침돼야 경제 활력이 되살아나고 저인플레 소지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 최대 복병…중국의 영향력 쉽게 볼 문제 아니다

윤 전 이사는 중국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운을 띄었다. 그만큼 중국이라는 국가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만만치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국제사회 흐름을 2년간 주관했던 윤 전 이사로서는 중국의 성장세를 가장 지척에서 봐 온 인물 중 하나다. 실제로 2013년까지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더불어 삼성, LG 등 우리 기업들의 로고와 광고가 상위권에 줄곧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중국 기업들의 로고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중국이 미국에서도 경제 대국이라는 이미지를 안착시키는데 성공한 셈이다.

윤 전 이사도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1980년대에 일본이 그랬듯이 이제는 점점 많은 중국 기업이 세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며 “1인당 소득은 우리보다 낮지만 중국경제 전체의 위상은 이미 우리를 뛰어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가속화될 텐데 우리 경제는 중국이라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고 있는 형국이라 여간 잘 하지 않고서는 떨어져 뒤처지게 된다”며 “국제사회에서도 이미 중국 목소리가 커졌으며 IMF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에서 중국 부총재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의 대외변수로 꼽히는 중국 성장 둔화와 일본 엔화 약세에 대해서도 일본보다 중국 성장둔화가 더 위험성이 크다고 지목했다.

윤 전 이사는 중국과 일본에 대해 위험 가능성과 파급력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는 신중함을 보였다. 두 국가 중 어느 한쪽에 대한 영향력을 판단하기에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지목한 것은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누적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윤 전 이사는 “중국은 주택시장 조정, 과잉 투자와 부실기업, 그림자 금융 문제 등 취약성을 안고 있다”며 “아직 정책 여력이 있어 단기간에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빠른 시일 내 회복 소지 또한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구조개혁을 계속 미루면 당분간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그동안 약세가 상당히 진행됐고 또 미 달러화가 강해지는 상황이라 미국이 일본의 인위적인 엔화약세를 그냥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구조개혁으로 저성장 장기화 대비 바람직”

이같은 대외변수와 한국경제의 저성장·저물가·저환율·저유가 등 이른바 ‘4저 현상’에 대해 윤 전 이사는 현재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이 저성장 장기화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장기화가 보편화된 시점에서 단기적 출구전략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윤 전 이사는 “지난 2008년 터진 글로벌 위기가 마무리되려면 위기를 야기했던 구조적 문제가 시정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대차대조표 조정에는 원래 시간이 걸린다”며 “각국이 화끈하게 대응할 정책 여력도 적기 때문에 저성장 국면이 오래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바라봤다.

이어 “경제의 비효율을 떨쳐내고 성장 지속성과 강도를 높이는 구조개혁이 뒷받침돼야 경제 활력이 되살아나고 저인플레 소지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올해 경제정책방향이 구조개혁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공감대를 만들어야 구조개혁이 지연되지 않고 추진될 수 있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위상 높아졌다…경제사회 분열 개선할 과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부분도 강조했다. 과거 우리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정책을 규제나 왜곡으로 보던 시선도 사라졌다. 윤 전 이사가 IMF 상임이사로 재직하면서 느낀 한국의 강정과 약점은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제 해외에서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교과서적 성장을 통해 경제개발에 성공한 모범 국가로 받아들여지고 정부 정책을 선진국 패러다임과 비교하거나 재해석 할 정도로 성장했다.

윤 전 이사는 “해외에서는 우리 경제의 우수한 인적 자원, 양호한 거시경제 여건, 경쟁력 있는 주력산업, 목표가 정해지고 공감대가 형성되면 빠른 속도로 이뤄내는 응집력과 추진력 등에 대해 많이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개선해야할 점도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워낙 명확하다보니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도 엇갈린다.

그는 “시장경쟁 부족과 낙후된 지배구조, 평균 수준 인재를 양산하는 교육, 낮은 투자활력,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경제사회의 분열 및 합의 형성 어려움 등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꼽았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전문가들이 복잡한 거시경제보다 쉬운 미시경제에 집중하다보니 거시경제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쳐다보면 산의 지형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전 이사는 “총량지표를 통해 큰 그림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IMF는 통상 실물, 재정, 대외, 통화금융 네 부문으로 나누고 전체 흐름과 각 부문간 정합성을 점검해 경제상황을 평가하고 전망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작업이 치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 불균형을 방치해 위기가 생기거나 잘못된 정책처방을 내릴 위험이 있다”고 전제한 뒤 “다만 거시지표에만 의존할 경우 실제 경제현상과 괴리가 생길 수 있으니 현장에 대한 미시적인 이해를 통해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