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리운전 왜 안오나 했더니...목적지공개가 기피지역 주민 무시(?)

2014-12-29 16:17
외곽지역 주민 콜 잡기 어려워...대리운전 기사들 선호지역으로 콜 '쏠림현상'...서비스 질 하락 심각
목적지 공개 후 소비자, 운전기사, 대리운전 업체 모두 '울상'

부산, 울산, 지역에서 최근들어 대리운전 부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일러스트=아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연말연시를 맞아, 잦은 모임 때문에 술 자리에 차를 가지고 가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최근 들어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외곽지역에 사는 일부 지역 주민들은 연말을 맞아 차를 가지고 나가기가 부담스러워 졌다.

평소에 잘만 오던 '대리운전 기사'가 요즘 들어, 불러도 깜깜 무소식이고, 아예 1시간 가량을 기다리기는 일쑤다. 그래서 인지 요즘 들어 대리 업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운전업체의 기사 권익 보호를 위해 시행하는 '목적기 공개' 이후 부터는 소위 말해 운전기사들이 기피지역이라고 말하는 부산의 재송동, 반송동, 다대 지역 등 외곽 지역과 일부 지방에 사는 주민들은 도심지에 나왔다가 대리운전을 부르지 못해 겨울 추위에 발을 둥둥 구르기는 일쑤다.

어떤 사람들은 기다리다가 아예 음주 상태로 차를 운전해서 가는 음주운전까지 하는 사람들도 발생하고, 심지어 평소에는 10분 이내로 도착하던 대리운전 기사들이 1시간 가량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욕설이 오가고, 급기야 주먹다짐까지 가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까지 야기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다대동 사는 나모씨(42세)는 “연말을 맞아 요즘 모임이 잦아, 대리운전을 많이 이용하는데 요즘들어, 이용이 너무 어렵다. 갑자기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 그래서 평소 요금보다 더 웃돈을 주면서 까지 거의 사정하다시피해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명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며 하소연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인 이모씨(64세) “집이 해운대 재송동인데, 최근 들어 대리운전을 불러도, 20-30분은 기본이고, 그마저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피크타임(10시-새벽 1시)에는 기본적으로 3-4개 정도의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해서 먼저 오는 쪽으로 택해서 집으로 가는 상황이다. 이 마저도 한 참을 기다려야 배차를 받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갑자기 왜?,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대리운전 부르기가 어려워졌을까?

대리운전 업체에서는 '목적지 공개'가 기사권익만 생각했지, 소비자들의 불편은 생각하지 않은 비 현실성의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목적지 공개란, 대리운전 정보업체에서 대리기사들에게 출발지, 도착지 등을 공개하고, 선별적으로 대리운전 콜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심지어 이 목적지 공개를 하지 않는 업체에게 시정 명령 또는 법적인 조치를 한 사례도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리운전 업체에서는 목적지 공개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목적지 공개 이후, 대리운전의 수입은 늘었을까. 일부 기사들은 수입이 줄어들었다. 소위 말해서, 도심내 선호 지역 ‘쏠림현상’으로 수많은 대리기사들이 몰려 있는 경우도 많아 콜 받기가 어려워, 평소보다 수입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경우도 많다.

그러나 기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대리운전을 수행하고 나서 그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콜이 없는 소위, ‘기피지역’의 경우 선뜻 '콜'을 받기가 쉽지많은 안다.

모 대리업체 기사 김모씨(39세.남) “기사 입장에서 보면, 조금 꺼려지는 곳이 있다. 목적지 공개 이후, 도심지에서 콜을 받아도, 지역부터 따져보는게 급선무다. 나오기 힘든 지역에서 다시 콜 받기도 어렵고,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다 보니, 목적지를 보고 골라서 받는 선택적 수용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연말연시를 맞아 기사들의 숫자는 많아지는 반면, 콜을 받는 것도 쉽지가 않다. 수입도 예전만 못하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대리운전 업체는 어떨까.

부산,경남, 울산 최대 대리운전 T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 목적지 공개 이후,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이래저래 고충을 당하고 있다. 기피지역 고객들로부터 “대리운전해서 돈을 벌어 배가 불러서 서비스가 나빠졌다. 이제는 안 부른다.” 는 등 오해와 원성에 시달리고 있고, 배차시간 지연으로 취소율 증가, 고객 이탈, 회사 이미지 추락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이 업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한 경고' 문서를 보면 대리운전기사에게 목적지가 표시되지 아니한 콜 정보를 제공하여 이를 선택하게 하고 대리운전기사가 목적지를 확인한 후 임의로 배차를 취소할 경우 이를 이유로 불이익(면담교육, 1~3일 배차정지, 직책강등 등)을 제공한 행위는 거래상지위남용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위반되는 것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얼핏 목적지 공개가 기사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합당한 것으로 인식되어질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는 대리운전 서비스를 정보제공업체와 대리운전 기사간의 문제로만 보고 그 서비스 이용자인 시민은 간과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잣대로 본다면 택시기사들이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목적지에 따라 승차거부를 해도 된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므로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이 업체는 부산, 울산, 경남을 사업기반으로 다른 대리운전업체 와는 확연한 차별성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업체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일반적인 대리운전회사의 운영형태는 수 십 개의 업체 연합 또는 수 백 개의 회사에서 발생하는 콜을 수 백개의 회사들의 대리운전 기사들이 연합 형태로 콜을 수행하고 있음으로 인하여 기사들의 교육이나 관리가 불가능하고 고객관리를 전혀 할 수 없는 운영체제이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단일 콜만 받는다. 10여 년간 자체개발한 솔루션으로 콜 요청 고객 최단거리에 있는 기사에게 배차를 함으로써 고객에게는 빠른 서비스로 만족도를 높였다. 상황실에서 고객들의 위치정보와 기사들의 위치정보를 파악하여 100여 대의 차량으로 기사들에 대한 무료합류차량시스템을 제공하여 콜이 많은 지역으로 이동시켜서 보다 많은 콜의 수행이 가능토록 함으로써 기사들에게는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다. 대리운전 고객과 대리기사가 서로 만족하는 “윈윈"하는 결과만들어 내어‘대리운전 업계의 성공 모델’로 자타의 칭송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으로 인해 더 이상 기사에 대한 통제관리가 불가능해져서 다른 대리운전업체와 같이 하향평준화됨으로써 결국 고객인, 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업체 관계자는 "기업 고유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국가기관에서 균일화시키는 이번 조치는 대리운전 현실에 대한 이해부족이 낳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대리운전 이용자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만 하루 7~8만 명에 이르고 이미 우리사회의 중요한 서비스로 자리 잡은 현실을 감안할 때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리운전을 대리운전 정보업체와 대리기사간의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며 그 결과가 초래하는 시민의 불편과 안전에 대한 깊은 성찰 또는 올바른 정책 대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