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또하나의 생명지킴이 소화전
2014-12-29 10:58
안양소방서 석수119안전센터장 소방경 김덕진
요즘 화재 현장에 출동을 하면서 예전에 비해 많은 차량이 소방차에 양보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일부 차량들의 경우, 차량 뒤편에 「소방차 먼저」홍보용 스티커가 붙어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 국민들이 긴급차량 양보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심어졌음을 알게 한다.
얼마전에 종영된 연예인들의 소방관체험 프로그램의 영향일 수도 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예전보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정보를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긴급차량 양보운전에 대한 인식만큼 중요한 소방용수시설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미약하다고 느껴진다.
거리를 걷다보면 차도와 보도경계부분에 설치되어 있는 적색 시설물이나 도로상에 노란색으로 테두리가 그려져 「소화전, 주·정차금지」라고 표기되어 있는 맨홀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법규상 소방용수시설이라고 하지만 흔히들 소화전이라고 부르는 이 시설은 화재현장에서 소방차량에 적재된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다.
현재 소방용수시설은 도로교통법 제33조에 의거 5미터 이내 주차 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소방용수시설 근처에 주차라인이 그어져 있어 주차를 하는 경우는 물론, 소방용수시설 맨홀 위에 버젓이 주차를 하거나 쓰레기 등을 쌓아두어 화재발생시 소방용수시설을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관할 소방서에서는 소방용수시설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 매월 정기적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있고, 2011년 1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소방관을 주차단속요원으로 지정해 소방용수시설 주변에 불법 주·정차 차량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한편 주민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홍보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실천이다.
우리나라의 주차여건이 열악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출동시 도로에서 소방차에 양보운전을 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소화전인근 불법 주정차 근절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기대를 해본다.
자기 편의만을 생각하며 행동하는 의식은 버리고 소방차등 긴급자동차가 방해 받지 않고 신속하고 안전한 현장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정차에 대한 깊은 배려가 필요한 때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주차할 때 자신의 주차위치에 소방용수시설이 설치돼 있는지 꼭 살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