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계파수장 2위 정세균, 당 대표 경선 불출마…‘문재인-박지원-제3후보’ 구도

2014-12-26 16:09
정세균 “정권교체 밀알 되겠다”, 26일 불출마 선언…요동치는 野 세력 구도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기 당 대표 경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26일 차기 당권 도전의 뜻을 접으면서 2·8 전국대의원대회(전대)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친노(親盧·친노무현)그룹 좌장인 문재인 의원에 이어 당내 두 번째로 많은 현역 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정 의원이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자 당 안팎에선 ‘정세균계’가 2·8 전대의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빅3(문재인·정세균·박지원 의원) 구도였던 새정치연합 차기 2·8 전대가 정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빅2+제3 후보론’ 재편됨에 따라 향후 각 후보 및 계파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丁 “분열이란 악마와 싸워 정권교체 밀알 될 것”…불출마 선언, 왜?

 

사진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경쟁자인 정세균 의원이 26일 차기 당 대표 경선 불출마 선언을 함에 따라 2·8 전국대의원대회 구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사진=문재인 의원실 ]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과 당원들에게 변화란 말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다”며 “전대 혁명을 통해 총·대선을 이기자는 국민과 당원들의 열망과 저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정권교체에 밀알이 되기로 했다”고 전대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어 “총·대선 승리를 위해 분열이라는 악마와 싸우고, 과거의 환상을 부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이번 전대가 통합과 희망, 미래를 함께 녹이는 혁명적 용광로가 되도록 미력이나마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표면적인 이유는 2·8 전대가 ‘친노 대 비노(非盧·비노무현)’, ‘친문(親文·친문재인) 대 비문(非文·비문재인)’ 구도로 흐르는 것은 계파 간 갈등만 증폭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문 의원과 박 의원이 권력의지를 내보이면서 ‘마이웨이’를 강화한 것과는 달리, 빅3의 불출마 시 당권 도전을 접을 수 있다는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까닭에 당 내부에선 정 의원을 제외한 빅2의 전대 출마 의지가 강한 만큼 정 의원도 당권 도전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날 2·8 전대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일각에선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내년 4·29 보궐선거가 시행되는 등 연말정국의 돌발 변수가 정 의원을 불출마 쪽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과 진보당 해산으로 4·29 보선이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로 격상된 만큼 여야 중 패배하는 쪽은 치명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4·29 보선이 새정치연합 2·8 전대 직후 취임하는 당 대표의 첫 번째 시험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당 내부에서 빅3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극에 달했던 23일 기자와 통화에서 정 의원의 불출마를 예상하며 “빅3에 대한 사퇴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보선에서 패할 경우 ‘사퇴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 정 의원의 플랜은 이 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문재인’을 노리는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조직력의 비교우위를 가진 정세균계의 표심 이동이다. 일단 정 의원은 이날 특정 후보 지지와 관련해 “그런 계획은 없다”며 “새로운 후보가 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제 역할은 일단 끝난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특정후보 지지하지 않은 丁, 정세균계 표심은?

계파 수장인 정 의원은 ‘혁신’ 아젠다를 쥐기 위해 전대 끝까지 공정한 전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물밑에선 정세균계 의원들의 광폭 행보가 예상된다. 정세균계인 전병헌 의원이 새정치연합 차기 최고위원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계파 존재감’ 제고를 위해 치열한 두뇌 싸움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 본청.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26일 차기 당 대표 경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제1야당 세력재편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새정치연합 의원 130명 가운데 범 친노그룹은 50∼60명, 비노그룹은 70명 정도다. 친노그룹 중 문재인계가 33명(노영민·윤호중·전해철 의원 등)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정세균계(강기정·김성주·전병헌 의원 등)로 13명 정도다. 손학규계도 15명에 달했으나, 손 전 대표의 정계은퇴로 분화된 상태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계가 문 의원을 지원할 경우 문 의원의 파괴력은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당내 선거에서 정세균계가 지지했던 후보가 떨어진 전례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8 전대가 ‘친노 대 비노’ 구도로 흐르면서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다면, 비노와 호남 표가 박 의원 쪽으로 결집할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0∼22일 전국 새정치연합 대의원 1009명과 권리당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결과에 따르면 정 의원을 지지하는 대의원(53.1%)과 권리당원(44.6)은 새정치연합 혁신 과제로 ‘계파 갈등 타파’를 1위로 꼽았다.

계파 갈등 수위에 따라 정 의원을 지지하는 대의원과 권리당원도 문 의원을 비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전체 조사 결과에선 대의원의 경우 박지원(31.1%) > 문재인(24.4%) > 정세균(17.3%), 권리당원의 경우 문재인(32.6%) > 박지원(28.3%) > 정세균(14.7%) 의원 순이었다. 정 의원의 불출마로 15%∼20%에 달하는 표심 이동이 이번 전대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밖에 김부겸 전 의원의 불출마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제3의 후보로 486그룹의 이인영 의원과 비노인 박영선 의원 중 누가 다크호스로 부상할지도 관심사다.

‘이인영 바람’이 거세게 인다면, 강경파 표심 이탈로 문 의원이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여풍(女風)을 앞세운 박 의원이 다크호스로 떠오를 경우 기존의 세력구도를 일시에 흔들면서 새정치연합 2·8 전대가 안갯속 판세로 접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