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사면 임박 최태원 SK 회장, “경제 살려서 죗값 치뤄야”

2014-12-25 17:30

최태원 SK그룹 회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두 번째 사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지식경제부 장관이 청와대에 기업인 가석방의 필요성을 건의한 데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경제위기 극복 차원에서 기업인 사면 또는 가석방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언급했다.

다수의 기업인이 대상으로 포함되지만 가석방의 초점은 결국 최 회장으로 맞춰진다. 그는 지난해 1월 31일 구속수감된 후 올해 징역 4년형을 받았으며, 다음달이면 만 2년을 채운다. 이는 역대 재계 총수 가운데 최장기간 수감 기록이다.

현행법상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1 이상을 채워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총수는 SK그룹의 최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규모와 위상을 생각할 때 최 회장의 사면 여부가 가장 관심을 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경제인이든 누구든 요건에 맞으면 가석방할 수 있다”는 원칙론을 제시하며 가능성을 열었다.

‘땅콩 회항’ 사태로 촉발된 반재벌 정서의 확산 우려 속에서도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인 사면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 대표가 “기업의 투자결정은 총수만이 할 수 있다. 경제위기 극복 방안의 하나로 기업인들의 사면이나 가석방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나, 최 부총리가 “기업인이라고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최 회장에 대한 여론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점도 긍정적이다. 수감생활 내내 모범수로 지내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그는 지난 10월 옥중에서 발간한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통해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 조성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기도 했다. 또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인해 재벌 총수의 자식들의 ‘도덕적 헤이(모럴 헤저드)’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최 회장의 둘째 딸 민정씨는 재벌가 딸로는 처음으로 해군 장교로 입대함으로써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재계에서도 최 회장이 충분히 죗값을 치룬 만큼 경영일선에 복귀해서 경제 살리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최 회장 스스로 위기를 겪고 있는 SK그룹을 살리고 싶은 의지가 강할 것이다.

단,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사면 또는 가석방이 이뤄진다면 이는 최 회장에 ‘기회’가 아닌, ‘책임’을 씌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2008년 5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2개월18일 만에 사면된 바 있다. 국민들은 이미 한 차례 그를 용서한 바 있기 때문에 또 다시 수감 됐을 때 받은 배신감은 더욱 컸다. 두 번째 사면에 대한 거부감은 그래서 강하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업 경영으로 국민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며, “사면이 재벌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오히려 사면과 동시에 진정한 죗값을 치른다는 생각으로 기업을 키우고 나라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는 점을 최 회장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