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재용 경영승계? 아직은 '미생'…'완생' 위한 준비단계

2014-12-22 17:10

[사진=삼성]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입원 8개월째인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얼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정부 행사는 물론 한국을 방문한 해외 VIP 의전 및 해외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경영에 직접 개입한다는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계열사 어디에도 대표이사 직함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도 승진자 명단에 이름이 빠졌다.

이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 및 삼성의 경영 스타일은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Essn non videri).”라는 모토를 가진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웨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고,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발렌베리 가문은 2014년 현재 156년 동안 5대에 걸쳐 경영권 세습이 이뤄지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가문이다.

삼성그룹이 창업 당시 발렌베리 가문의 경영 스타일을 벤치마킹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지 오래다. 따라서 올들어 이어진 삼성그룹의 구조개편 작업에서도 발렌베리 가문의 채취가 강하게 묻어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그룹의 최근 변화는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SDS에 이어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은 점점 더 구체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두 회사의 상장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실탄(자금)을 확보했다. 머지않아 그가 경영대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삼성그룹 내에서는 여전히 그를 부각시키지 않으며, 부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지금 당장 그룹 총수로 나서기 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병석이지만 건재하고, 정부와 국회,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삼성 정서’, ‘경영권 승계’보다는 ‘부의 세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결합된 현재 상황이 그를 섣불리 앞으로 나서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 삼성그룹이 정부의 정책에 적극 동참해 창조경제 확산에 적극 나서고, 삼성전자의 주식 배당금을 최대 50%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나, 임직원들의 임금을 엄격히 심사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의도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차기 총수’로서 나서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어 그룹 내 행사에서 그가 1인자로 나서는 자리 또한 스스로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그룹 차원의 신년 하례식을 취소하고 계열사 별로 열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으로서는 구조개편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시선이 몰리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일 것”이라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당장은 ‘미생’의 후계자 이기 때문에 그룹으로서는 최대한 시간을 벌어 그가 ‘완생’의 총수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