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아의 Artistic Developer 트렌드뷰] 뉴욕의 소호가 될 지역은 어디?

2014-12-17 15:39
아트디렉터의 감각으로 느끼는 부동산 전망
디벨로퍼의 눈으로 깨우치는 부동산 동향

장은아 대표.[장은아]

앞서 연재했던 ‘걷고 싶은 거리의 법칙’에 이어 경제·문화·역사·트렌드를 주도하는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해 다뤄본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유명한 뉴욕은 재즈·록·힙합·댄스·팝아트·현대미술·그래피티·건축·출판 등 예술과 문화·상업·금융의 중심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양한 이주민의 역사로 국적이 혼재된 뉴욕은 이질적인 문화가 섞인 독특함을 가지고 있으며 브로드웨이와 할렘, 오늘날의 부유층을 대변하는 소호가 공존하는 도시다.

오늘날 패션 예술 문화의 메카가 된 ‘소호’는 사우스 오브 하우스턴의 약자로 본래 항구도시의 기능으로 고밀도 공장과 창고가 들어서 있었다. 2차 산업이 쇠퇴해 공장들이 차차 문을 닫자 비어있는 건물로 남고 대공황 이후 빈 건물에 치안문제가 발생하자 뉴욕시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예술가들에게 싼값에 임대를 줘 빈 건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기존 공장의 높은 천정고는 조각이나 사이즈가 큰 작업을 해야 하는 예술가에게는 최적의 장소였으니 상호 윈윈할 만한 상황이었다.

황폐해진 소호 거리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아틀리에를 만들기 시작했고 젊은 예술가들의 감각이 갤러리와 부티크를 소호로 불러들이게 된다. 작품을 사기 위해 돈 많은 사업가와 금융인들이 몰려 점차 개성 넘치는 샵이 들어서고 높은 천정고의 오픈스페이스를 특징으로 한 기존건물을 리모델링한 로프트에 부유층이 이사를 와 소호거리는 뉴욕에서도 가장 임대료가 높은 지역 중의 하나로 꼽히게 됐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핫 플레이스로 주목 받은 지역들은-홍대 카페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최근 녹사평 경리단길까지-뉴욕의 소호를 빗대 신문과 매스컴을 장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정 예술과 문화를 꽃피울만한 인재들이 발 붙일 틈도 없이 그것을 흉내 혹은 포장만 했던 상점, 가게들만 즐비하지는 않았던가? 매스컴에서 떠드는 이야기에 임대료만 올라가고 결국은 메가브랜드만 남는 상황이 되지는 않았는가? 분명 소호지역은 지금 높은 임대료로 돈 없는 예술가가 떠나긴 했으나 지역의 문화나 거리 건물들은 지역의 유산으로 고유하게 남아 세계의 많은 관광객, 다양한 프론티어, 트랜드세터가 즐겨 찾는 지역으로 손꼽혀 활기를 잃지 않는 핫플레이스로 주목받는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뉴욕의 소호가 될 만한 지역, 세계인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문화·예술·상업이 공존하는 오래도록 명성을 유지할 만한 곳은 어디일까? 현재까지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뉴욕의 소호지역이 될 만한 가능성 있는 지역을 제시해볼까 한다. 공교롭게도 선택한 두 지역은 서울의 옛 공장지대로 한때는 밤이 되면 컴컴하고 인적 없는 노동자들의 지역으로 외면 받았지만 최근 조금씩 변화의 씨앗을 머금고 있어 주목해 보고자 한다.

서울의 홍대 앞은 이미 문화 예술지역으로 각광 받은 지 오래다. 최근 클럽문화와 함께 홍대지역만의 아이덴터티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뉴욕소호처럼 세계인의 패션 문화 예술의 메카가 되기 위해서는 복합 문화상권과 공간이 필요한데, 아쉬운 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할만한 부지가 협소하며 이미 임대료가 너무 높아 조성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지도에서 눈의 방향을 내리면 상수역사거리를 지나 한강변을 마주하고 상수동 화력발전소가 보인다.
 

상수동 화력발전소(당인리 화력발전소).[사진=장은아 대표]

화력발전소를 지하화하고 공원화시킨다는 정부의 청사진대로라면 머지않아 홍대상권과 연계해 세계가 주목할 만한 문화 예술 복합단지로 탄생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영국의 테이트모던이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개조해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성공한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발전소를 지하화하고 상부는 녹화 공원으로 연출한다는 계획도 이색적이다. 공원화화 더불어 복합문화예술의 장을 조성한다면 주거·공장·창고가 혼재하는 지역성에 새로움을 더해 매력적인 장소로 거듭나리라 생각된다.
 

상수동 화력발전소 인근 골목.[사진=장은아 대표]

철커덕 철커덕 기계소리와 화공약품의 메스꺼운 냄새, 이름 모를 다양한 구두 제조공장의 뒷골목이 성수동하면 떠올려지던 모습이다. 그러던 성수동이 최근 탤런트 김수현의 아파트로 불리는 40억원 상당의 고급주상복합이 입주하면서 새로운 부촌으로 떠오르게 됐다. 초고가의 주상복합이 자리했지만 주위를 둘러싼 서울숲이 한적하게 시골스런 풍경을 간직해 주변의 낡은 담벼락, 골목길, 공터가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고 있다. 서울숲의 벌레 우는 소리, 자연의 풀향기와 어울리게 기존 골목의 집들이 개성 있는 샵으로 변하고 젊은 창작활동을 하는 문학·음악·미술인들의 전시나 다양한 행사 등이 열리는 공간도 하나 둘 생기고 있다.

갤러리아 포레가 준공함과 동시에 이 지역의 토지가격은 배 이상 오른 상황이며 신축으로 개발된 아파트형 공장과 조성 예정인 주상복합 현장 외에는 슬럼화 된 주거지역과 공장지대가 여전히 남아 주거·문화·상업 여건이 매력적이라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이 내재한 지리적 특징인 강남과 다리 하나를 둔 가장 가까운 강북지역이라는 점과 서울의 지도상 중심부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장점만으로도 굿플레이스인 것은 확실하다.
 

성수동 골목 전경.[사진=장은아 대표]

성수동은 지하철 출구마다 골목 골목을 들여다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곳으로, 출구별 특성을 살린 개발 자체만으로도 테마성이 있으며 기존 높은 천장고를 이용한 공장을 특성을 살려 공간을 활용한다면 이 지역의 역사성과 함께 더욱 가치 있는 곳으로 발전될 것은 분명하다.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결합된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서울의 소호가 되지 않을까라고 즐거운 미래를 상상해본다.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주상복합과 인근 주택.[사진=장은아 대표]



아티스틱 디벨로퍼 장은아 원더피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