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上] 원유 확보에 나선 이들…해외 자원개발의 '현주소'
2014-12-18 06:00
말도많고 탈도 많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정치적 색안경 벗어라"
도박과 비유되는 '해외자원개발'…대박·쪽박에도 포기할 수 없는 '자원전쟁'
도박과 비유되는 '해외자원개발'…대박·쪽박에도 포기할 수 없는 '자원전쟁'
해외자원개발사업은 도박과 비유된다. 그만큼 성공률이 낮은 사업이다. 대박과 쪽박이라는 양면에 놓인 자원탐사는 늘 공기업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고 해외자원 개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권력형 비리와 실익은 명확히 따지되, 해외자원 개발 자체를 정치적 색안경으로 비춰서는 세계 자원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충고가 나온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은 아프리카와 중동 등 자원보유국을 상대로 치열한 자원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가 기름전쟁에 신음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한 방울의 원유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 원유탐사현장을 아주경제가 다녀왔다.
◇ '사자방' 논란 속 ‘해외 석유 시추현장’에 가다
비행기로 10시간 남짓 도착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반기는 것은 짙은 어둠과 살인적인 추위였다. 스노타이어를 장착한 4륜구동 SUV에 몸을 실고 악타우에서 새벽 빙판길을 7시간 달리다보면 석유공사의 아리스탄 광구 베이스캠프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공식 지역명칭은 망기스타우주 아리스탄 광구로 광활한 유목 대지다.
해당 광구는 2009년 12월 4일 카자흐스탄 정부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0년 1월 26일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85%의 지분을 출자한 형태다. 광구 면적은 19제곱킬로미터. 올해 12월 기준 원유 매장량(2P)은 아리스탄 5532만 배럴, 쿨잔 622만 배럴로 추정하고 있다. 생산계약은 아리스탄의 경우 올해 4월 29일부터 2037년 4월 29일까지이며 쿨잔의 경우는 2012년 10월 25일부터 2034년 10월 25일까지다.
특히 석유공사는 오랜 노하우 끝에 운영권자로 돼 있다. 운영권자란 단순 지분참여와 달리 기술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광구입찰 시 PQ 자격조건에 운영경험, 보유매장량이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한다. 현재 석유업계 기술로는 매장량 100퍼센트 중 40퍼센트 정도만 빼낼 수 있다. 산유국 입장에선 최대한 많이 생산하는 업체, 즉 세금을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업체만 선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운영권 경험은 석유공사가 유일하다.
더욱이 석유공사 카작 사무소의 연간 매출액은 5억 달러가 넘는다. 영익이익률이 29%로 삼성전자가 한참 잘 나갈 때 17%, 애플 32%와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때문에 원유생산에 있어 영국·캐나다는 안정적이나 이익률이 낮은 반면, 카작은 험난해도 우리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 손발 묶인 석유탐사…세계는 원유탐사와 생산경쟁 ‘분주’
한국을 유독 좋아하는 이가 있다. 그는 카자흐스탄 국영석유가스기업인 카즈무나이가스(KMG) 회장이다. 1995년 처음 간 해외가 한국으로 차 안에 설치된 카폰을 보고 놀란 고생세대로 통한다. 카작 사람들은 중국을 경계하고 메이저 국가들은 너무 유연하지 못해 한국기업들을 좋아한다.
매년 투자액 1%를 카작 직원 교육에 사용하고 현지 직원들을 선정해 열흘간 한국 견학을 시켜주고 있다. 한국을 다녀온 카작 직원들은 한국 마니아가 돼 한국어 강좌와 한국 요리강좌에 지원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다반사가 됐다.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올해 연두교설 때 배워야할 국가로 한국을 거론하기도 했다.
흔히 석유개발을 도박과 같다고 표현한다. 자본이 뒷받침되고 운영권자의 기술로 운도 따라야하는 사업이다. 늘 거꾸로 타는 사이클을 모르고 유가가 떨어지거나 오를 경우 비판 대상은 석유공사를 향해 있다. 올해 석유개발예산은 깎인 채 국정조사까지 거론되면서 속앓이만 하고 있는 처지가 됐다.
이러는 사이 중국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유가가 바닥을 치자 그 틈을 노려 광구 구매를 위해 중국 석유회사가 카작을 찾은 것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지금이 해외자원 개발의 적기라는 것을 중국이 캐치한 셈이다.
중국은 ‘국가에너지위원회’라는 국가 직속기구로 정책의 일관성이 확고하다. 자원개발 정책금융의 이자율도 엄청 싸 해외자원투자가 어렵지 않다. 한국의 실정은 어떤지 최고 정책권자가 고민할 부분이다.
기자가 찾아간 아리스탄 석유공사 시추 현장에는 20미터 높이의 ZJ-40시추기가 웅장함을 자아낸다. 원유가 있다고 판단된 곳은 시추기 설치 후 지하 100미터를 파들어간다. 컨덕터라는 장비를 다시 박은 후 그 장비를 지렛대 삼아 지하 800미터까지 추가 시추한다. 그 다음 8인치 굵기의 컨덕터를 추가로 박은 후 또 다시 지하 3000미터까지 내려간다.
석유공사 시추 현장은 영화 속 광구모습과 흡사하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민간주도로는 절대할 수 없는 도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 민간사들은 광구 투매를 할 수 밖에 없다. 자원사업은 국가주도로 가야만 에너지 안보가 확립될 수 있다.
석유가 영화 속 장면처럼 펑펑 터지는 것도 아니다. 조금씩 나오는 2만3000 배럴씩 모아 되파는 오지 직원들은 오늘도 땀방울을 흘리며 영하 30도의 추위와 싸우고 있다.